"프라이팬 가격이 두 배로"…관세 역풍 맞은 美소비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1일, 오전 10:3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존 물류창고 (사진=AFP)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데이터분석업체에 데이터위브에 의뢰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1407개 품목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의 가격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2.6% 상승해 물가상승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위브가 분석한 중국산 제품 1407개 가운데 475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633개 품목은 변동이 없었으며, 299개 품목의 가격이 하락했다.

데이터위브에 따르면 중국 제조 상품의 가격 인상은 5월부터 가속화됐다. 관세 적용 초기인 4월까지는 기존에 쌓여있던 재고 덕에 가격 인상률이 완만했다는 분석이다. 단기 가격 급등이나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가격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평균 가격 대신 중간 가격을 사용했다.

가장 빠르게 가격이 오른 품목은 학용품 및 사무용품, 프린터와 CD, DVD 같은 전자제품, 가구와 조리도구 같은 가정용품 등이었다. 특히 가정용품 및 가구와 전자제품은 5월 이후 각각 3.5%와 3.1%의 중간값 상승률을 보였다.

일례로 49.99달러(약 6만7500원)였던 해밀톤비치의 전기주전자 가격은 73.21달러(약 9만9000원)로 올랐고, 그린팬 프라이팬 가격은 기존 가격의 두 배인 31.99달러(약 4만3200원)로 상승했다.

지난 23일부터 시행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50%의 관세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위브는 향후 몇 달간 조리기구, 주전자, 소형 주방가전과 기타 생활 필수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르티크 베타다푸라 데이터위브 최고경영자(CEO)는 “계절적 변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시기와 비율을 보면 비용 충격이 소매 공급망 전체에 파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진이 적고 재고 보충 주기가 빠를 때는 소폭의 관세도 빠르게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며 “이달 들어 판매자들이 높은 관세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마존은 데이터위브의 분석에 대해 “소수 상품의 가격 비교는 수억 개에 달하는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추세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아마존 제품의 평균 가격은 특별히 오르거나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관세 부과 이전에 물품 확보를 위해 판매자들과 협력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데 강박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를 포함한 여러 소비재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해 경고했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아마존에서 판매를 재개한 나이키도 이달부터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