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 올 상반기 10.8%↓…1973년 이후 최대 낙폭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1일, 오전 11:3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올해 상반기 10% 이상 급락하며 1973년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올해 상반기 10.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본위제 브레튼우즈 체제 종식 직후인 1973년 상반기 15% 하락한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FT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미국 외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경쟁국에 비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광범위한 예측이 있었지만 어긋났다”고 짚었다.

상호관세를 비롯한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 3조달러 이상 늘어난 국가부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논란 등이 달러화 약세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인상을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3% 폭락했다. 이후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라며 자금을 유로화, 엔화, 금(金)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유로화는 올해 13% 급등해 1.17달러를 돌파했고, 금값도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도 원인이다. 달러인덱스는 이날도 전거래일대비 0.6% 떨어졌다.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수정안에 대한 투표를 시작하면서다.

이 법안은 향후 10년 간 3조달러가 넘는 부채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자산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며 미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며 “연준이 금리를 더 빨리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자, 시장에서는 연내 0.25%포인트씩 5차례 이상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글로벌 연기금·중앙은행 등 대형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ING의 외환 전략가인 프란체스코 페솔레도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매력이 약화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외환 헤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화가 미국 주식 반등을 따라가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며 “달러화는 트럼프 2기 불확실한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고 평가했다.

달러화 약세는 미 수출기업에는 호재이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내 실질 투자수익률 하락 등 부작용도 크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이 같은 통화로 환산했을 때 유럽 경쟁 지수에 크게 뒤처진다는 얘기다.

달러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 그룹 핌코의 글로벌 고정수익 부문 최고투자책임자인 앤드류 볼스는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위협은 없지만, 이것이 달러화의 약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