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AFP)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2.8% 오른 164.42달러에 거래되며 시총 4조달러 고지를 넘었다. 종가는 일부 상승폭을 되돌린 162.88달러(1.8% 상승)에 그쳐 3조 9700억달러로 4조달러를 지키진 못했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의 성장세는 올해 초 중국 딥시크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었던 어려운 시기를 딛고 놀라운 반등을 이뤄낸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고, 2023년 초 이후로는 무려 1000% 이상의 폭등세를 기록 중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 내 비중이 7.5%에 달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도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은 AI에 대한 기술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사들은 다가올 회계연도에만 약 3500억 달러(약 480조 원)의 설비투자(capex)를 예고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0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들 4개사는 엔비디아 매출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브라이언 멀버리 자크스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90일간의 상승 흐름은 매우 이례적이며,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시장 확신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초 중국의 AI 경쟁 기업 ‘딥시크’ 등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세로 하락세를 겪었다. 그러나 5월 이후 미중 무역 협상 진전 및 고객사의 지출 지속 발표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다시 리스크 자산에 진입했다. 5월 말 발표된 자사 실적과 CEO 젠슨 황의 업계 전망은 AI 업종 내 지배력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다가올 실적 시즌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켄 마호니 마호니자산운용 대표는 “엔비디아는 과거에도 실적 발표 때마다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해 왔다”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3배로, 과거 평균보다 낮은 수준.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약 90%의 애널리스트가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로 평가하고 있으며, 평균 목표가는 현재 주가 대비 6% 이상 상승 여지를 시사한다.
이번 시가총액 4조달러 돌파로 엔비디아는 MS(3조 7000억달러), 애플(3조 1000억달러)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렸다.2022년 초 애플이 사상 첫 3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비교적 정체된 모습을 보여온 반면, 엔비디아는 당시 시총 약 7500억 달러 수준에서 불과 2년 반 만에 4조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알파벳과 아마존은 시가총액 2조달러 이상, 메타는 미국 미국 내 1조달러 클럽 마지막 멤버다. 테슬라도 한때 1조달러를 넘겼지만 현재는 떨어졌다.
브라이언 뷰텔 UBS 이사는 “기술주에 대한 지나친 쏠림은 변동성의 근원”이라며, “모멘텀 종목이 흔들릴 경우, 지수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