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1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년 러시아와의 전쟁과 경제를 유지하려면 최소 400억달러(약 55조원)의 해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내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 억제의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안보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지원에 대한 발표는 전무한 상황이다. 미 의회가 내년 국방예산안에 우크라이나 지원금 3억달러만 포함시킨 것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내년 최대 19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외부 지원 없이는 국가 경제와 전쟁 수행 모두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국제사회에 긴급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5월 군사비로 전체 예산의 64%를 이미 지출한 상태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연간 군사예산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무기 구매와 군인 급여 등 필수 지출이 급증하면서 여전히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군사예산 증액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재정 압박 속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동결 자산은 약 3000억달러(약 412조 5300억원)로, 현재는 운용 수익이나 이자만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는 원금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제법상 논란 및 유럽 내 반대 여론으로 자산 몰수나 원금을 직접 활용한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306억유로(약 49조원) 재정 지원을 약속했으며,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도 신규 부흥기금 조성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로마 회의에서 총 100억유로(약 16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럽의 지원만으로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닛케이는 “유럽이 미국의 빈자리를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능력은 유럽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지원 의지가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