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보작전 장교, 키이우서 대낮 총격으로 사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1일, 오전 10:5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속 고위 장교가 수도인 키이우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의 사상 최대 규모 드론·미사일 공습이 단행된 직후 혼란을 틈타 대낮에 버젓이 벌어진 일이어서 내부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속 고위 장교가 10일(현지시간) 오전 9시 괴한의 총격을 받기 전에 건물에서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호주 ABC뉴스 방송 캡처)


10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홀로시이우스키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이날 오전 9시 SBU 소속 고위 장교가 괴한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현지 경찰과 SBU는 피해자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주요 언론과 전직 정보요원들은 사망자가 이반 보로니치 대령임을 확인했다.

사건 당시 CCTV 영상에는 청바지와 어두운 티셔츠 차림의 피해자가 건물에서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한 남성이 달려와 권총으로 다섯 차례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현장을 도주했으며, 경찰은 신원 파악과 검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SBU는 “범죄의 모든 정황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경찰과 함께 포괄적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SBU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영국 MI5, 한국 국정원 등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보안·방첩 기관이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 내 암살·파괴공작·정보수집 등 특수임무를 적극 수행해왔다.

실제로 SBU는 지난해 12월 러시아군 고위 장성 이고르 키릴로프 암살, 올해 초 모스크바 내 차량 폭탄 테러 등 굵직한 비밀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관련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암살 사건의 배후나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친(親)정부 인사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적(敵)은 자국 영토에서도 안심할 수 없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728기)과 미사일(13기)을 동원한 공습을 단행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혼란을 틈타 암살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키이우는 도시 전역 8개 구역이 공격을 받았으며, 미사일 18발과 드론 400대가 투입됐다. 이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 사건에 대해 양측의 정보전이 한층 위험한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면서 “SBU의 대(對)러시아 특수작전이 본격화한 이후, 역으로 우크라이나 정보요원들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수주간 연일 대규모 공습을 지속하고 있으며, 육상에서도 크림반도와 동부 요충지에서 점진적으로 진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전선에서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전쟁이 3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지만, 휴전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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