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중의학 콘셉트의 술집 ‘칭바’에 약재와 술이 함께 진열돼있다. (사진=바이두)
가게 입구에는 노란색의 조명이 달려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베개와 바 테이블, 약장과 술 진열대가 어우러져 있다. 한쪽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방문객의 손목을 잡고 맥을 잡고 있고, 몇 걸음 떨어진 옆에선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칭바는 상하이 중의약대학교 학생 몇몇이 의기투합해서 차린 곳이다. 실제 중의사 자격증을 가진 상하이 중의약대 중의내과 대학원생 2명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로 활동한다.
진맥하던 의사 리웨이씨는 손님에게 요즘 잠을 많이 설치는지, 감정 기복은 심한지 등을 물은 후 작은 책자에 처방을 적어넣는다. 이 처방전을 받은 직원은 바 뒤편에 마련된 약장에서 갖가지 약초를 꺼내기 시작한다. 해당 약초를 술이나 차와 함께 제조해 고객이 마실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바텐더나 서빙 종업원도 기초 중의약 지식을 배우고 일반적인 약재의 맛과 효능을 숙지하도록 하고 있다.
칭바가 문을 연 것은 올해 4년째다. 가게 주인 주싱싱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중의학 관련 지식을 독학하며 상하이 중의약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뜻이 맞는 몇몇 선배들과 함께 창업해 상하이 대학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씨는 “중의학을 주제로 한 칭바를 열면서 중의학과 술을 결합하는 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중의약 문화에서 적절한 농도의 알코올은 약재로 매우 적합하고 한약재에 좋은 건강 효과를 줄 수 있다”면서 “한약을 이용한 차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돕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칭바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료들. (사진=바이두)
주씨는 상하이에서 커지고 있는 야간 경제(통상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서비스업 경제 활동) 시장에 주목했다. 주씨는 펑파이에 “젊은이들은 낮에 바쁘고 저녁부터 시간이 나지만 전통적인 중의관은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야시장에서 ‘중의학과 술’을 접목해 다가가기로 했다”면서 “사람들이 휴식을 통해 중의약 문화를 이해하고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칭바는 계속해서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중국 전통 약재인 계원(용안육)에 위스키를 넣고 황기에는 데킬라를 곁들이는 등 더 많은 건강주를 개발할 계획이다. 중의약 보드게임과 향낭 제작 등 다양한 활동도 진행한다.
중국 매체들이 젊은 사장이 약재와 술을 곁들인 이색 술집까지 보도하는 모습은 중국의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는 노력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양한 서비스 활동과 소비재 판매 등을 통한 내수 진작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
특히 중국 각 도시들은 야시장을 비롯해 야간 경제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펑파이는 중국 야간 경제 시장 규모는 2018년 22조5400억위안에서 2023년 50조2500억위안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상하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야간 경제 시장이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야간 경제 지수에서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 야간의 활성화 이동 횟수는 403만회이며 술집 수는 2906개, 야간 조명은 시 전체 면적의 75%를 차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