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중국의 한 고속도로 위에서 한국 단체 관광객이 탄 버스를 몰던 버스 기사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의식을 잃으면서도 끝까지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버스 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11일 중국 중앙(CC)TV 등 현지 언로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지난달 29일 발생했다.

당시 중국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 11명과 가이드가 버스를 타고 후난성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에서 장자제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가 진 뒤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오후 9시 13분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가도로 아래로 떨어질 듯 위태롭더니 이후 왼쪽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놀란 가이드가 소리쳤지만 운전사는 뇌출혈로 인해 의식이 혼미해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당시 버스 안의 CCTV 영상을 보면 버스를 운전하던 샤오보(당시 41세)의 얼굴이 돌연 일그러지더니 핸들을 잡고 있던 오른쪽 팔은 서서히 마비가 오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가이드와 승객들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운전석으로 다가갔고 샤오보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결국 샤오보는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에 버스를 멈춰세운 뒤 시동을 끄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당겨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차가 멈춘 뒤에야 쓰러진 샤오보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흘 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십수 미터 높이의 고가도로로, 만약 샤오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차를 세우지 않았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버스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유족에 선물을 전달했고, 현지 여행사 측은 지난 7일 한국인 관광객들이 보내온 붉은 깃발을 샤오보가 몸담고 있었던 운수회사에 전달했다.

깃발에는 전역 군인 출신인 샤오보를 기리며 “군복은 벗어도 뜻은 남아 있고, 생사의 기로에서 용감하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구했다. 군인의 혼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위기의 상황에서 기꺼이 수호한다”는 글귀가 한자로 쓰여 있었다.

샤오보는 아내와 두 딸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생은 매체에 “형은 품행이 바르고 정직하며, 중요한 순간에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며 형을 기리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