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CNN은 “미 정부가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토마토 상호협정’에서 공식 탈퇴함에 따라 14일부터 대부분의 멕시코산 토마토 수입품에 20.9%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인들이 식료품점, 피자 가게 등 토마토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서 가격 인상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멕시코산 토마토의 최대 수입국이다. 전체 수입 토마토의 90% 이상이 멕시코에서 들어온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1996년부터 이어져 온 토마토 상호협정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미 농무부는 이 조치로 멕시코산 토마토 수입이 줄고, 미국 내 토마토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애리조나주립대 티머시 리처즈 교수는 “관세가 시행되면 소비자 가격이 약 10% 오르고, 수요는 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내 토마토 소매가격은 파운드당 1.70달러 수준이다.
미국 식탁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토마토가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에 필수 재료로 쓰이는 만큼, 토마토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불안에 크다. 하인즈, 디지오르노 등 일부 대형 식품업체들은 미국산 토마토만 사용해 관세 영향이 적지만, 중소 식당들은 멕시코산 토마토 의존도가 높아 가격 인상 또는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아르헨티나-이탈리아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는 테레사 라조 대표는 “3개월 안에 파산할 수도 있다”며 “토마토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려 해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 인상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 내 토마토 생산자들은 이번 관세를 환영하고 있다. 플로리다 토마토 거래소의 로버트 겐서 부대표는 “30년 간 멕시코산 저가 토마토가 미국 시장을 왜곡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미국 농가가 보호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기술 발전과 지리적 다양성 덕분에 연중 토마토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하캘리포니아 농업협의회 소속 월베르토 솔로리오 회장은 “일부 소규모 위반 사례가 전체 협정 파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정치적 결정일 뿐, 상업적 논리나 수치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멕시코산 토마토는 이미 분기별로 엄격한 품질·가격 검사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 들어 미 정부의 관세 정책이 잦은 변동을 보이면서, 외식업계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아폴로니아 피자’ 공동대표 저스틴 드 레온도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직접 감수하겠다”면서도 “치즈 등 주요 재료 가격도 이미 올라 사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관세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하려고 해도 불확실성이 커서 식당 경영에 불안과 공포를 더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