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노트북서 희토류 추출"…中규제에 재활용 산업 급부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후 05:3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희토류 및 핵심 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패권다툼이 격화하면서, 전자제품 폐기물(e-waste·이하 전자폐기물)에서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터븀·디스프로슘 등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컴퓨터·노트북·스마트폰·서버·TV 및 각종 가전제품·의료기기·기타 전자 및 IT장비 등이 대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풍력·태양광 폐설비 등에서 핵심 금속을 회수하는 신생 기업들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투기·전기차·풍력발전기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다. 미국은 그간 희토류와 핵심 금속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해왔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예측불가능한 중국의 관세·수출규제로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희토류의 90% 이상을 채굴·정제하며 글로벌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맞서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포드 등 미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겪었고, 미 국방부는 최근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업체 MP머티리얼스에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며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MP머티리얼스는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에도 4500만달러 지원을 받았다.

미 정부는 또 데이트라인 리소시스가 소유한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두 번째 희토류 광산 개발을 승인하는 등 생산기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내 공급망 자립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전자폐기물 재활용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전자폐기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IBIS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산업 매출은 281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6200만톤으로 2010년 대비 82% 급증했다. 미국은 같은 해 800만톤의 전자폐기물을 배출했으나, 이 가운데 15~20%만이 재활용에 쓰였다.

미국에선 IT 자산 폐기가 주로 전문업체들을 통해 진행되며 통상 3년 주기로 이뤄진다. 재활용업체들은 키보드·회로기판·배터리 등에서 금속·희토류를 추출해 원자재 시장에 다시 공급한다. 그런데 올해는 관세 인상을 앞두고 기업·소비자가 IT 자산 교체 시기를 앞당겼고, 그 결과 폐전자제품 유입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글렌코어 등 글로벌 광물기업도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글렌코어 제련소는 전체 투입량의 15%를 폐전자제품에서 수거한 재활용 원료로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추출된 구리·금·은·백금 등은 다시 제조업체에 공급된다.

빌란트, 아우루비스 등 독일 기업들도 미국에 1억~8억달러 규모의 구리·합금 재활용 공장을 건설하며 공급망 자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른 미국·캐나다·독일 등지의 신생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하드디스크, 전기차 모터, MRI 장비 등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혁신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사이클릭 머티리얼스의 경우 전기차 모터·풍력발전기 등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공정을 개발, 미국 애리조나에 2000만달러 규모의 공장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희토류뿐 아니라 구리·리튬·코발트 등도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전체 구리 수요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50% 구리 관세 부과 이후 재활용 제품의 가치가 급등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2050년 미국 내 구리 수요의 45%가 재활용으로 충당될 것으로 추산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역시 리튬·코발트·니켈 등 2차전지 핵심소재 확보 차원에서 빅3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와도 맞물려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미 정부 보조금 축소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경계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자폐기물 재활용에 적극 나서게 된다면 희토류 자립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글렌코어는 “앞으로 더 많은 전자폐기물 재활용 관련 스타트업과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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