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내달 남미 순방시 또 美 경유 예정…中예의주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후 03:3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내달 파라과이 순방 과정에서 미국 경유를 계획하고 있다고 15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라이 총통이 뉴욕과 텍사스주 휴스턴을 경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처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정치적 상징성은 피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갖춘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경유지로 뉴욕을 선택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휴스턴은 대만계 이민자들과 기업인들의 공통체가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14일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연례 합동군사훈련 ‘한광 41호 훈련’에 참석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가운데).(사진=AFP)
전날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라이 총통이 내달 파라과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라이 총통이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그의 일정에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린치아룽 대만 외교장관은 현재 재계 대표단과 파라과이를 방문 중으로, 라이 총통의 순방 준비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는 현재 남미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10년 전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 국가는 22개국에 달했지만 2023년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는 등 현재 대만 수교국은 바티칸을 비롯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뿐이다.

상대적으로 개선된 미중 관계로 인해 경유를 명분으로 한 라이 총통의 방미 계획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SCMP는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등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라이 총통의 방문을 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방문은 라이 총통이 지난해 11월 하와이와 괌을 경유한 데 이은 것이다. 그는 또한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과 전화 통화를 하여 본토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이를 두고 중국은 미국과 라이 총통의 접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보다 몰두하고 있어 대만 관련 사안에 대한 반응이 다소 약해진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식통들은 이번 순방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라이 총통이 어느 정도 수위를 넘나들지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중국이 현재 미중 관계, 관세, 수출 통제 등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라이 총통이 뉴욕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는 등 (중국 입장에서) 극도로 자극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중국은 일부러 화낼 이유를 찾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분명한 도발 요소가 있다면 미중 협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