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9일,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과의 회동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UTJ 소속 의원 7명 중 6명이 14일(현지시간) 저녁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츠하크 골드크노프 UTJ 대표도 이미 지난달 사임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총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단 61석만 확보한 채 정국을 이끌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과반 상황에 놓이게 됐다.
UTJ 측은 “정부가 예시바 학생들의 지위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겼다”며 최고 랍비들과의 협의를 거쳐 연정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시바는 초정통파 학생들이 율법을 공부하는 종교학교다.
초정통파 정당들은 2022년 말 연정 참여 당시 예시바 학생의 군 면제 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이번 갈등은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UTJ 소속 의원들의 탈퇴로 모셰 가프니 국회 재정위원장, 우리 막레브 교통부 차관, 메이르 포루시 예루살렘 담당 장관 등도 사임했다. 이들의 사임은 48시간 후에 발효된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이들의 사임을 설득할 시간을 번 셈이다.
이스라엘은 병역이 의무지만, 초정통파 유대교 신학생들은 오랫동안 면제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이스라엘 대법원이 이 관행을 위헌이라며 국방부에 징집을 명령했고, 이에 대한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다. 특히 초정통파 유대교 공동체인 ‘하레디’의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자지구 전쟁 등이 터지며 하레디 남성들의 병역 면제 문제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연정 탈퇴를 막기 위해, 하레디 남성에게 광범위한 징병 면제를 허용하는 병역법안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율리 에델스타인은 법안의 통과를 오랫동안 지연시켜 왔다.
지난 6월 야당이 크네세트 해산안을 발의하며 조기총선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에델스타인 위원장은 일부 강경 조항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완화된 수정안은 실제 상정되지 않았다. 이번 주 국방위원회 안건에서도 해당 법안이 제외되면서, 결국 UTJ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와 연정을 꾸리고 있는 또 다른 초정통파 정당인 샤스당도 연정 탈퇴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의석 11석인 샤스당까지 탈당할 경우, 네타냐후 정권은 과반의석이 무너지게 된다.
다만 하레디 양당은 아직은 정권 붕괴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7일부터 시작되는 3개월 간의 국회 휴회 기간 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소수 여당 상태로 협상 여지를 모색할 수 있다. 국정이 계속 교착된다면, 샤스와 UTJ는 결국 정권 해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국영방송 칸(Kan)은 보도했다.
한편 야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는 “국가가 전쟁 중인데도 총리가 병역 기피법이나 통과시키려 혈안이 돼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병사 3명이 전사했다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