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AI 스타트업 코그니션은 경재업체인 AI 코딩 기업 윈드서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윈드서프는 AI를 활용해 개발자들의 코딩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3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했던 회사다. 최근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엔지니어를 영입, 자사 AI 연구조직인 ‘딥마인드’에 합류시킨지 사흘 만에 이번에는 코그니션이 윈드서프 인수 소식을 알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사진=AFP)
미국 빅테크들이 AI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력이 풍부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단순 알고리즘 개발을 넘어 희소한 고급 인재와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확보를 둘러싼 경쟁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저커버그는 “현재 여러 개 대형 데이터를 건설 중이며 내년에 첫 번째 데이터 센터 프로메테우스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서버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을 모아둔 시설로 AI 운영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손꼽힌다. 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량이 많게는 10배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전력망 확충이 각 기업들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GW급 데이터센터다.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소비할 만큼 대규모로, 약 9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 센터는 메가와트(MW)급이다. 저커버그는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메타가 GW를 초과하는 전력 용량을 가진 ‘슈퍼클러스터’를 갖춘 최초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 청사진은 메타가 최근 AI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이는 가운데 나왔다. 메타는 지난달 30일 ‘초지능 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 설립을 선언하고, 애플·오픈AI·구글 딥마인드 등 경쟁사에서 핵심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 기업 스케일AI 공동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최고 AI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그의 회사 지분 49%를 150억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오픈AI 연구원 10여명을 최고 1억달러의 보상 패키지로 데려왔고, 애플의 AI 모델 개발 총괄 책임자를 2억달러의 소방 패키지로 스카우트했다.
코그니션도 이날 윈드서프의 지식재산권, 제품, 브랜드와 사업, 인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윈드서프는 연간 반복 매출(ARR) 8200만 달러로 35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한 유망 AI 스타트업이다. 시장 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는 12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코그니션은 최근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도입한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빈’을 개발한 회사로, 윈드서프 인수를 통해 AI 에이전트 기술을 한 단 계 업그레이드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I 투자 전면전 ‘포모’가 원동력
시장에선 빅테크 기업들의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에서 ‘인재 영입’과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인재의 경우 단순한 채용을 넘어 체스처럼 역할과 조합을 계산하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오픈AI 등 일부 AI 기업들은 수백만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내걸고 월가 퀸트(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 기법)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미 경제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월가 퀸트 관련 수학자와 과학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최대 300만달러, 주식 포함 최대 2000만달러 수준의 패키지를 제안했다. 또한 구글은 스타트업 전체 혹은 핵심 인력만 확보하는 ‘어크하이어’(acqui-hire) 전략으로 반독점 규제 부담을 피하며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AI 인프라 확보를 위한 초대형 데이터 센터 건설 경쟁도 치열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협력을 강화하며 전 세계 100여개 데이터 센터에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고, 아마존은 AI 파운드리 전략을 통해 기업에 맞춤형 AI 모델 훈련 전용 서버팜을 확대하는 중이다.
기드온 리치필드 전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은 “AI 도구들의 급속한 발전 속도와 이에 뒤처질까 두려워 다른 산업들이 AI 기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하려는 급속한 움직임을 보이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중 상당수는 아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자기만 소외되는 두려움)가 (투자 확대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