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15일(현지시간) CNN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미국 희토류 광산·정제기업인 MP 머티리얼스와 5억달러(약 6930억원) 규모의 희토류 자석 공급 계약 및 공정라인 구축 협력을 발표했다.
양사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애플 제품 전용 자석 제조공정을 신설, 2027년부터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맥북 등에 투입할 희토류 자석 공급을 시작한다. 캘리포니아에는 희토류 재활용 공정도 공동 설립해, 폐기물에서 추출한 소재를 차세대 제품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희토류 자석은 희토류를 활용한 자석으로, 아이폰에서 진동과 촉감을 전달하는 햅틱 엔진 등 애플 기기의 오디오 장비나 마이크 제조에 사용된다.
이번 애플의 대규모 투자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 자립’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은 반드시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 공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애플을 콕 집어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주문한 것이다.
애플은 중국 생산을 축소하고 대신 인도·베트남 등지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 리스크가 적은 희토류 투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희토류에 대한 투자는 미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급망 자립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의 희토류 가공·정제 점유율은 92%에 달하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기업들이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애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전략의 일환으로 희토류 재활용을 확대해 왔다. 기존에도 최신형 아이폰·맥북에는 30% 이상이 재활용 소재가 적용됐다. 최신 제품인 아이폰 16e 역시 재활용 희토류 자석이 30% 이상 쓰였다.
애플은 “혁신의 뿌리가 미국에 있다”며 “희토류 내재화와 재활용 투자 등을 통해 공급망 최적화, 현지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성까지 도모하겠다”며 전문가를 신규 채용해 미국 내 희토류 자석 제조 인력 육성 프로젝트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IT 공급망 지형에 근본적 변화와 함께 향후 IT 제조공급 생태계의 주도권이 점진적으로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처럼 복잡한 전자제품을 미국에서 대량생산하려면 오랜 기간의 부품별 숙련공, 첨단 로봇, 데이터공학까지 총체적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희토류 내재화 시도는 그 첫 단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