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나가라"…선거 앞둔 일본에 무슨 일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후 04:5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권역 국가들이 참의원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민뿐 아니라 취업·학업·투자 등의 목적으로 일본에 거주중이거나 이주 예정인 국가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서다.

일본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사진=AFP)


◇극우 참정당 돌풍…‘외국인 규제’ 핵심 의제 급부상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반이민 정책이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아시아 이웃 국가 국민들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선거에선 2020년 창당한 극우 정당 참정당이 ‘재패니즈 퍼스트’를 앞세운 외국인 규제 강화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핵심 공약은 △과도한 외국인 수용 반대 △비숙련·단순 근로자 규제 △영주권 요건 강화 등이다. 여기에 외국인 범죄, 부동산 가격 급등, 사회보험 부정 수급 등 일부 외국인 때문에 발생한 각종 사회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일본 우선주의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참정당의 강경한 외국인 규제 메시지는 보수층으로부터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서도 참정당의 공약은 빠르게 확산하며 자민당·공명당 등 기존 여당 지지층 일부까지 흡수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두터워진 일본의 보수층은 외국인 이민자·노동자·관광객을 범죄 증가 및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중국인·한국인 등의 오버투어리즘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피해와 고통을 호소한다.

보수주의 역사학자 모테키 히로미치는 “한때 자민당을 지지했지만, 지도부에 환멸을 느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희망이 없다”면서 참정당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강력한 일본 군부와 중국에 대한 더 강경한 정책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누구든 일본을 떠나야 한다. 일본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은 저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이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SNS에선 올해 3월 이후 복지 지원을 받는 가구의 3분의 1이 외국인이라는 주장이 다수 게재됐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논쟁 역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SCMP는 “실제로는 복지 지원을 받는 외국인 가구가 3% 미만에 불과하고 외국인 범죄 비율도 2000년 0.8%에서 2023년 0.3%로 축소했지만, 참정당의 반이민 캠페인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 유세 현장에서 논의 틀마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AFP)


◇다급해진 자민당도 규제 강화…추락한 지지율은 답보

자민당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각종 외국인 규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시바 내각 역시 △세금·건강보험 미납 외국인에 대한 체류 연장 불허 △부동산 구매 제한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 초강경책을 예고하며 이를 담당할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뒤늦게 참정당을 따라하는 것처럼 비춰져 빈축을 사고 있다. 자민당 지지율은 지난 3월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 이후 추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별다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NHK가 11~13일 19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7.6%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2012년 12월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이후 최저치다.

교도통신이 13~14일 4만 37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집권 연립 여당(자민당·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의석 40석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참의원은 임기 6년으로 총 248명 중 절반(125명)을 3년마다 새로 선출한다.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최소 50석이 필요하다.

어느 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엔 자민당이 18.2%로 1위를 차지했지만, 참정당(8.1%)이 2위를 기록하며 급부상했다. 참정당은 지난달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3명의 의원을 배출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지지 정당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유권자 비율이 30~40%에 달해 선거 막판까지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국민민주당이나 참정당, 일본보수당, 일본혁신당 등 소수 정당 또는 중도 야당 연합의 약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FP)


◇日거주자·희망자 많은 중국 등 亞 국가들도 관심↑

중화권과 아시아권 언론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이들 지역 국가에서 고액 자산가·학생·투자자 등이 일본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거주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376만 9000명(23.2%)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론 베트남인(63만 4361명)과 한국인(40만9238명)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의 경우 취업·학업·투자 목적 등의 인구까지 합치면 100만명에 육박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영주권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참의원 선거는 향후 일본의 이민정책뿐 아니라 한중일 및 아시아 역내 인적 교류의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외국인 규제 기조가 더욱 강화하면, 일본에 진출하려는 중국 및 아시아 기업 등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