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301조’ 휘두른 트럼프…브라질과 강대강 대결 치닫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후 07:01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민중의 적(Enemies of the people)’이라는 문구의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공식 조사에 착수하며 양국간 통상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이 예고한 50% 관세에 대해 유예 요청 없이 정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두 나라가 ‘강대강’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 관세 차별, 지식재산권, 에탄올 시장 접근 제한, 불법 벌채 등 6개 분야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브라질 정부의 정책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농민·기술 혁신가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철저한 조사를 개시하고, 필요 시 대응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거나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보복 조치(관세, 수입 제한 등)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근거인 셈이다. 미국은 이 조항을 내세워 향후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국에 대해 동일한 조항을 근거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날 미국측의 대응은 브라질 룰라 정부에서 경제호혜주의법에 따른 맞불 관세를 대응 수단 중 하나로 공언한 데 따른 조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령 서명을 통해 미국이 실제로 50%의 ‘관세 폭탄’을 투하할 경우 브라질 역시 같은 비율의 관세 부과로 응수할 수 있다는 법적 수단을 확보해 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가 쿠데타 혐의로 브라질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50% 관세를 통보한 서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칭하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세 명의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기대했지만 관세 폭탄이 동반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들은 최근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있던 상황에서 관세로 인한 경제 충격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오히려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6년 대선 출마를 꾀하고 있다. 반면 룰라 정권은 이번 관세를 브라질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브라질(Brasil·Brazil의 포르투갈어)의 S는 주권(Sovereignty)의 S다’라는 애국주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브라질 산업계 역시 이런 정치적 배경이 오히려 양국간 협상을 방해하고 강대강 구조로 치닫게 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브라질 산업연맹(CNI)은 관세 연기를 제안했다. 리카르도 알반 CNI 회장은 “브라질은 감정적 보복 대신 외교적 해법을 택해야 한다”이라며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브라질이 섣부른 대응으로 대립구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에 협상을 통해 대응하되, 관세 시행 시점을 미뤄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라우드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업계와의 잇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7월 31일까지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브라질 소고기 수출업체들은 이미 미국향 공급 물량의 도축을 중단하며 상황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관세조치에 반발하는 것은 브라질뿐만 아니다.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은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등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절대 시장을 개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상호 관세율 25%로 명시한) 서한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호관세율 30%를 부과받은 유럽연합(EU) 역시 보잉항공기, 버번 위스키, 자동차 등 720억유로(116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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