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사진=게티 이미지)
16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는 “전 세계 소비 증가와 기상 이변이 결합되며 커피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해 커피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인플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로스팅 커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인스턴트 커피는 1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분쇄 커피 1파운드의 소매 가격은 8.13달러로, 올해 1월 대비 1달러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가격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 변화와 글로벌 수요 증가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까지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에 모든 교역국의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지난 9일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 기존 10%에서 50%로 상호관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서한을 보냈고,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에는 지난 2일 20% 관세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에 통보한 관세는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커피 수입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스페셜티 커피 수입업체인 크롭 투 컵 커피 임포터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인 테일러 모크는 “최근 관세가 붙은 수입 커피가 들어오고 있고, 미 관세청에서 관세 청구서가 계속 날아오고 있다”며 “관세가 본격 적용되기 전부터 이미 원가는 파운드당 1달러 이상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한 식료품점에 커피 원두가 판매용으로 진열돼 있다. (사진=AFP)
기후 변화도 커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산지에서 가뭄과 폭염이 반복되면서 수확량이 줄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차 재배지였던 고산지대로 이동해 작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 등 신흥 커피 소비국의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기후 변화로 공급이 위축되면서 세계 커피 가격은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대비 38.8% 급등했다. 특히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한때 파운드당 4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는 3달러대로 다소 진정됐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로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크리스 바렛 코넬대학교 농업 경제학과 교수는 “커피 가격은 브라질과 같은 주요 생산국의 기후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앞으로 한 달 이내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관세를 고려하면 커피값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가격이 오르더라도, 미국 내 커피 수요는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소비 형태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빌리 로버츠 코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커피는 일상적인 소비품으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며 “다만 카페 대신 집에서 더 많이 마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