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상자산 범죄 피해 3조원↑…납치·신체훼손 등 현실 공격 급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전 07:5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도난 피해가 3조원을 넘어섰다. 반년 만에 작년 한 해 동안의 피해액을 넘어선 것이다. 디지털 해킹뿐 아니라 지갑 소유자를 겨냥한 납치와 신체 훼손 등 물리적 범죄까지 증가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조사기관 체이널리시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플랫폼 해킹 및 개인 도난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피해액이 28억달러(약 3조 9000억원)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34억달러·약 4조 7328억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플랫폼 해킹으로 도난당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총 21억 7000만달러(약 3조 200억원)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18억 7000만달러·약 2조 603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연말까지 피해액은 40억달러(약 5조 568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소재 대형 거래소인 바이빗(Bybit)에서 발생한 15억달러 규모 해킹은 북한 해커 조직이 배후로 지목되며, 역대 최대 규모 가상자산 탈취 기록을 세웠다.

전체 피해액 중 23%는 개인 암호화폐 지갑에서 나왔다. 최근 개인을 타깃으로 삼은 범죄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렌치 어택’(wrench attack)이라 불리는 물리적 협박·폭력 범죄가 급속도로 늘었다. 해커들이 더 강력해진 거래소 보안망을 피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한 개인·가족을 겨냥해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와 사설키 입력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프랑스에서는 암호화폐 지갑 제조업체 1위인 레저(Ledger)의 데이비드 발랑드 공동창업자가 아내와 함께 자택에서 납치됐으며, 지문 확보를 위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동료 창업자인 에릭 라르셰베크에게 영상을 보내 몸값을 요구했다.

지난 5월에도 한 가상자산 기업가의 부친이 대낮에 스키 마스크를 쓴 4명의 남성에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수백만유로의 몸값을 요구하며 그의 손가락 하나를 절단했다. 부친은 며칠 뒤 경찰이 투입된 뒤 풀려났다.

이외에도 유럽·미국·아시아 각지에서 가상자산 부호 본인이나 친인척을 납치한 뒤, 신체 훼손 후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납치·절단·협박 등 강력범죄를 수반한 가상자산 관련 범죄 건수는 역대 최고치의 2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9건의 피해 사례가 발생, 역대 최악이었던 2021년 35건에 근접했다.

체이널리시스의 에릭 자딘 연구책임자는 “가상자산 이용 확대와 가격 급등으로 범죄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거래소 등 플랫폼 보안이 강화되자 범죄수법이 개인 지갑, 고액 보유자, 인플루언서 가족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단일 대형 해킹보다, 더 많은 개인을 노린 소규모·분산 피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편 현실에서의 물리적인 피해 증가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의 사상 최고치 경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부(富)의 과시 문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보유량이나 관련 생활을 대외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범죄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체이널리시스는 “가상자산 대부분이 블록체인상에 남아있는 만큼, 피해금의 전량 회수나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며 고액 투자자의 경우 지갑 보관장소와 자산 규모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보안수칙(비상복구키 분산관리 등)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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