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전국 무료 건강검진(PKG) 프로그램 개막일에 의료진이 지역 보건소에서 아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자바주 폰티아낙과 탕에랑에서 유아 밀매조직 관련자 13명을 잇따라 체포하고, 밀매 직전이었던 생후 1세 안팎의 영아 6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일당은 2023년부터 최고 25명(남아 12명·여아 13명)의 아기를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여러 지역으로 밀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모 선정부터 위조서류, 국외 운송까지 단계별 체계적 범행이 드러났다.
금전적 어려움에 처한 부모가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례도 확인됐다. 팔려간 아기들 중 상당수가 국적까지 바꿔치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각지에서 모집됐다.
인도네시아 자바주 경찰청 수라완 수사국장은 “아기들은 처음에 폰티아낙에 머물면서 여권 등 이민서류를 위조한 뒤 싱가포르로 보내졌다”며 “우선 싱가포르 내 입양자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지만, 확인된 자료 상당수에서 아기 국적이 이미 변경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생 및 인계기록과 입양인 신원, 동행자, 출국일시 등을 추적 중이라며 “싱가포르 경찰, 내무부와 수사 공조를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남은 조직원 색출을 위해 인터폴에도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포된 일당은 신생아 모집책부터 임시 거처 제공자, 출생증명서·여권·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담당자 등까지 조직적인 체계까지 갖추고 있었다.
일당은 미혼모나 원치 않는 임신, 혹은 양육을 포기하려는 임신부·부모를 대상으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접근했다. 이후 왓츠앱 등 비공개 채널로 연락하며 거래를 진행했다.
아기는 생모로부터 넘겨받은 뒤 2~3개월간 보호자 손에 있다가, 서류준비가 끝나면 자카르타·폰티아낙을 거쳐 밀매됐다. 아기들은 1명당 1100~1600만루피아(한화 약 94만~137만원)에 거래됐다.
아이 라흐마얀티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KPAI) 위원은 “자바지역은 1100~1500만루피아, 발리는 2000~2600만 루피아로 지역이나 아기의 외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부모와 중개인이 서면 합의 등을 통해 아이를 양도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부모가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는 중개인의 대금 미지급 때문이었다.
일당 중 일부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예약부터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비를 대신 내주고, 부모에게 일정 보상금을 지급한 뒤 아이를 넘겨받는 구조였다”고 진술했다.
수라완 국장은 “경제난 때문에 자녀를 판 부모 역시 아동보호법·인신매매금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인도네시아가 의료상·강간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하기 때문에 신생아 밀매가 끊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확한 매매 규모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KPAI에 따르면 불법 입양 피해 사례는 2020년 11건에서 2023년 유괴·인신매매 포함 59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