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게티이미지)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재 경제가 양호하고, 시장이 대통령의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연준이 올해 안에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굳이 정치적 충돌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연준의 금리 정책을 비판하며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지난주에는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파월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해임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베센트 장관은 파월 의장을 임기 만료 전 해임할 경우, 파월 의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 소송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이므로 사실상 해임조치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베센트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대통령의 측근들도 파월 의장의 해임이 연준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월은 상원이 한 달간 휴회에 들어가는 시기로 후임 인준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파월 의장의 해임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상원 일부 의원들은 파월 의장의 사임을 촉구했지만,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의 3명 이상이 “의장을 해임할 수 없고, 해임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존 튠 의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독립적 연준”이라고 강조했다. 후임 인사가 지연될 경우, 의장 법무대행을 하는 인물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필립 제퍼슨 부의장이다. 그는 파월 의장의 정책 노선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더라도 당장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월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임기가 끝나고, 내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베센트 장관은 무리한 해임은 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의 행보는 보다 공격적인 노선을 취하는 일부 다른 관료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비용 초과 문제를 집중 부각하며 파월 해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레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은 이 사안을 고리로 연준에 대한 감사를 확대하고, 파월 의장에 대한 ‘정당한 사유’ 해임 근거를 만들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게다가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이른 연준 의장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더라도 그림자 연준 의장을 두어 시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간접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베센트 장관은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파월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보좌진들은 최근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사들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조에 찬성하거나 연준을 압박하는데 동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베센트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 차기 수장 인선 작업은 이미 시작됐으며,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