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인도 50% 관세 부과는 중국이 즐겨 사용하는 ‘경제 강압’ 수법과 똑같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이 그동안 비난해 왔던 중국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불합리한 대외 정책을 정당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중국의 경제 강압 사례로는 2010~2011년 대일 희토류 수출 중단, 2016~2017년 한국 사드 배치에 대응한 경제 보복 등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및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개인적 목표’ 때문에 근시안적 시야에 갇혀 있으며, 그 결과 10년이나 공을 들였던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후 권력을 독점하려는 듯한 행보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론 개인 입맛에 맞춘 정부기관 장악·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론 경제·안보 문제를 앞세워 동맹국들에까지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그의 ‘독재자 선망’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만큼 대내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정부 기관장 해고 및 압박…민간 경영까지 개입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마음에 들지 않는 통계를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해고한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과 같이 강권 지도자들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통계 기관을 장악해 수치를 조작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른 외신들도 역대 어떤 대통령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BLS 국장의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했지만,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경제적 후폭풍이 워낙 큰 탓에 트럼프 대통령도 강제 해고 칼날을 선뜻 들이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당성과 합리성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은 민간기업에까지 뻗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콕 집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은 미국에서 제조돼야 한다. 인도에서 생산하지 말라”며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전날 쿡 CEO로부터 1000억달러 추가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립부 탄 인텔 CEO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며 “즉시 사임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아 민간 기업 경영에 참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맹국에도 굴복 강요…‘관세 무기화’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적 행보는 대외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상호관세 인하를 미끼로 다른 나라에 거액의 대미 투자 또는 굴복을 강요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녀사냥’이라며 중단을 압박했다. 사실상 정치적 굴복을 요구한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주권 개입”이라며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50% 관세 폭탄으로 응답했다.
일본과의 관세협상에서도 독재적 면모가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막판 일본 인사들을 앞에 앉혀둔 상황에서, 즉석해서 펜을 꺼내 협정 내용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 수정했다. 당시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공개한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 카드에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가 ‘40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손으로 고쳐 써져 있었다.
심지어 최종 발표 단계에서는 다시 5500억달러로 500억달러를 멋대로 더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으로부터 받기로 한 투자자금은 “야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계약 보너스와 같다”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취임 후 100일 동안 무려 14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각종 경제 정책에서 개인·가족 사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의혹이 나온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독재 정권과 친분 과시…“美 민주주의 훼손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의 시 주석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상대방을 추켜세우거나 칭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되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34년 만에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며 군사력을 과시한 것, 동시에 자신의 79번째 생일을 함께 기념한 것도 독재자에 대한 선망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플레이북을 따르고 있으며, 미국 민주주의 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이코노미스트 등은 “미국이 과거엔 군대를 투입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국가의 정치·외교·안보에 깊숙히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반미 민족주의의 물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깡패 독재자’(Classic tinpot dictator)”라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