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1987∼2020)으로 동전에는 밀번이 전동휠체어에 앉아 청중에게 연설하는 생전 모습이 담겼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은 왼손을 목 근처 가슴에 얹고 오른손은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이 앞으로 뻗고 있다.

사진=미 연방 조폐국
동전의 둥근 테두리를 따라서는 ‘DISABILITY JUSTICE’(장애인의 정의)라는 문구와 밀번의 이름인 ‘Stacey Park Milburn’이 쓰여 있다.
밀번은 어려운 이웃들의 권리와 보호에 앞장섰던 인권운동가였다. 주한미군 아버지(조엘 밀번)와 한국인 어머니(진 밀번)의 삼남매 중 첫째로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선천적으로 근육 퇴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못하다가 수술과 치료를 거듭하며 자신이 또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밀번은 이후 지역 사회의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했고, 16세에 이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스무살이던 2007년에는 10월을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로 지정하고 모든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를 교육하도록 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법의 제정 및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2011년에 장애인 권리 운동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장애인 정의 문화 클럽’(Disability Justice Culture Club)을 설립, 자신이 10대 시절 동료 운동가들과 함께 개념을 정립한 ‘장애인 정의’ 운동을 구체화한다.
해당 운동을 통해 밀번은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삶을 사는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노숙자 등의 권익 증진을 도모했다. 지난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정책 자문 활동을 하기도 했다. 신장암 치료 중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20년 5월 19일 수술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서른세번째 생일날이었다.
한편 미 재무부 등은 참정권, 시민권, 노예제 폐지,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20명의 여성을 쿼터 뒷면에 등장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밀번은 19번째 헌정 대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