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치는 지난해 피치가 프랑스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2023년 강등 이후 2024년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피치는 성명에서 “프랑스의 증가하는 공공 부채는 새로운 충격에 대응할 여력을 제약하며, 이는 재정 악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또 다른 프랑스 정부가 의회 반발로 무너진 직후 나왔다. 현 정부는 유로존 최대 규모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예산안을 추진했으나 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프랑스 정부는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서 4.6%로 줄이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피치는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2026∼2027년에도 GDP의 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불신임 투표에서의 정부 패배는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며 “2024년 조기 총선 이후 프랑스는 세 차례나 다른 정부를 가졌다. 이런 불안정은 재정 통합을 추진할 정치적 역량을 약화시키며, 2029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낮추겠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7년 대선을 앞둔 정치 상황이 재정 통합의 범위를 제약하고 교착 상태를 선거 이후까지 이어가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신임 총리를 임명하고 다시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의회는 여전히 타협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3개 진영으로 의회가 분열됐던 2024년 조기 총선을 다시 치르자고 주장한다. 극우와 극좌 정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에릭 롬바르드 재무장관 직무대행은 이번 강등을 인정하면서도 “신임 총리가 이미 의회 정당들과 협의를 시작했다”며 “예산 채택과 공공 재정 복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정치·재정 불확실성은 투자자 신뢰를 흔들며 국채 매도세(국채금리 상승)를 촉발하고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독일 국채 대비 프리미엄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피치는 이번 강등이 추가 매도세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향후 추가 강등이 이어질 경우 고등급 자산만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의 수요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의 등급은 조만간 다른 평가사들도 검토할 예정이다. 9월 19일 DBRS, 9월 26일 스코프, 10월 24일 무디스, 11월 28일 S&P가 각각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