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RP)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CERP)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R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딘 베이커는 지난 11일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방식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국가 총생산(GDP) 대비 미미한 수출 손실을 막기 위해 터무니없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베이커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1320억달러였으며, 15%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이 5% 줄고, 25% 관세가 적용되면 추가로 10% 감소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 경우 15%와 25% 관세 사이의 손실액은 125억달러로 한국 GDP의 0.7%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25억달러 수출을 보호해주는 명분으로 한국에 35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20분의 1만 사용해도 수출 손실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과 기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해서도 그는 일본이 지난해 1480억달러 어치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관세가 15%로 오를 경우 수출이 5% 줄어들어 14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10%포인트(P) 관세가 붙어 수출이 또 10% 줄어들면 140억달러 수출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 경우 10%포인트 추가관세에 따른 수출 손실은 140억달러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거래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막대한 투자약속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요구를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비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돈을 자국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돌발행동이나 극우 성향 인사의 조언에 따라 바뀌는 무리한 요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거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베이커는 “트럼프에게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에 맞서 한국과 일본을 지켜줄 것이란 믿음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럽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갈등을 고려해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지가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경제·군사적으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며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현실적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며, 미국에 거액을 지불하는 방식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 선정 방식, 투자 유형, 수익 배분에서 일본 수준의 합의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미일 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이 자체적으로 투자처를 선정하면 일본이 45일 내에 현금을 송금해야 한다. 아울러, 현금흐름(수익)이 발생하면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일이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고 투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구조를 수용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러한 투자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합의 문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