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따귀 맞은 美소고기 가격…축산농가는 방긋 소비자는 울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4일, 오후 06:53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식료품점의 소고기(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에서 소고기 가격이 연일 치솟으며 장바구니 물가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달걀이 조류 독감 여파로 지난해 식품 인플레이션의 상징이 됐다면, 이제는 햄버거와 스테이크가 ‘다음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소고기 다짐육 소매가격이 8월에 전년동월 대비 13%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최신 자료에 따르면 소고기 가격은 8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8월은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장바구니에서부터 외식업체 메뉴판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이 불가피한 이유다.

미국 내 소고기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빠듯한 국내 공급이 있다. 타이슨푸드와 ‘JBS NV’ 같은 미국 대형 육류 가공업체들이 이번 분기에 도축한 소 두수는 1년 전보다 약 9% 줄어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적은 사육두수와 위생 문제로 촉발된 멕시코산 소 매입 중단이 겹친 결과다.

그나마 줄어든 공급물량에 따른 부족분을 채워준 건 브라질이었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수입 물량은 올해 7월까지 거의 두 배 늘었다. 브라질산 살코기는 미국산 지방 많은 소고기와 섞여 다짐육과 햄버거 패티로 가공된다.

그러나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산 제품에 4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로 인해 브라질산 소고기는 총 76.4%의 세금을 안고 미국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는 “사실상 브라질산 소고기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평가한다.

브라질의 빈자리를 가장 먼저 메우고 있는 건 호주다. 호주는 2025년 사상 최대 규모의 소고기 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정 덕에 10% 기본 관세만 적용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으로의 호주산 수출은 22% 늘었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도 추가 물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무관세 쿼터를 초과하면 36.4%의 세금이 붙는다. 멕시코는 브라질산 소고기를 더 수입해 자국산을 미국에 내다 파는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도 다린 파커 PMI푸드 사장은 “수요를 다 충족할 만큼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 모든 상황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소비자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축산농가는 이 상황이 반갑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사육 규모를 유지하거나 품종 개선에 투자한 농가들은 “수십 년 만에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축산농가는 현재 소 한 마디당 700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5년 전 2달러에서 급등한 것이다.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코로나19와 가뭄 등으로 장기간 고전한 축산업계는 당장 사육두수를 늘릴 계획이 없다.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은 만큼, 사육두수를 늘리기보다는 빚을 갚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축산업자들은 사육두수를 늘리기 보다는 품질이 좋은 소를 키우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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