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 귀국자 “비자 확인도 제대로 안 해…물통엔 거미 시체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전 10:02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가운데 체포 당시 비자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구금 시설 환경은 열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오며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에 체포됐다가 귀국한 한국인 노동자 A씨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체포 당시) 여권인지, 미국 시민인지 여부 그리고 비자 있는지 여부를 모아 사람들을 분배한 다음 물건을 압수하고 수갑을 채워서 호송하는 차량을 태워 체육관 시설로 이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체포 과정에서 비자 하나하나를 다 확인했는가’라고 묻자 “아니다. 처음 몇 명만 확인했고 (나머지는)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구금을 시켰다”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이런 걸 확인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다 구금이 된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저는 B-1 (비자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일 했는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다 구금을 시켜버렸다”며 동료들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진행자가 ‘일부 보도를 보면 근로자들을 향해 조롱성 발언이 있었다는 내용도 있던데 그런 이야기는 들은 게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A씨는 “체포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감옥 들어와서, 그 사람들 딴에는 농담이라고 하는 내용들이 저희들한테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진 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감 시설에 들어갔을 때 물통에 물을 받아서 배치를 해놓더라. 거기를 저희가 한 번 열어본 적이 있었는데 거미 시체가 있었다”며 “이것 좀 씻어서 바꿔 달라고 하니까 간수 중 한 명이 ‘이거 마시면 너희 스파이더맨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하고 그랬던 적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됐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싱크와 변기에서 물이 새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감사 당시 촬영됐다. (사진=美 국토안보부)
A씨는 “(입소 절차 과정이 상당히) 느렸다”며 “언제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저희를 통제할 때까지 계속 앉아 있고 누워 있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진행자가 ‘체포해서 구금 시설로 옮겨진 다음 어떤 설명도 못 들었던 것인가’라고 묻자 “사실 그렇다.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며 “구금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비자 보여주고 간단하게 비자 관련해서 질문 몇 개만 하고 나면 풀어주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다들 구속도 안 됐었고 질문 몇 개만 하고 다시 업무로 되돌아가는 줄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또 영사관이나 회사 측 도움을 묻는 말에는 “3일인가 4일 차쯤에 외교부에서 대사관 신속 대응팀을 파견해 내부 상황 설명해주고 앞으로 예정 상황,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들었다”며 “수감 시설에서 나오는 CNN 뉴스가 공식적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그 외는 간수들이 이야기하기는 했는데 말이 매일 계속 바뀌어서 사람들이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다른 분들 중에서 한국 돌아와서 자고 일어났을 때 눈 떠보니까 감옥 안이었다고 악몽을 꾸신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업무상 필요하면 (미국에) 가야 하지 않겠는가. 대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행정적인 여건이 완전히 갖춰진 상태로 나가야지 지금처럼 B-1 비자 쓰고 가라고 하면 그때는 힘들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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