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찰리 커크 가족에 사랑을" 불 붙은 이념 전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전 11:17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최근 사망한 미국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애도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월 공연하는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 (사진=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대중음악 전문 매체 롤링스톤 등 외신은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 월드투어 콘서트의 마지막 공연에서 “커크의 가족에게 사랑을 보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손을 들어 세상 어디든 여러분이 보내고 싶은 곳에 사랑을 전하자”며 “오늘 그 사랑이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다. 여러분의 형제자매에게, 끔찍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이 사랑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찰리 커크의 가족에게도, 누구의 가족에게든 보낼 수 있다”고 커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보낼 수 있다”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수단, 런던…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어느 곳에든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 도중 찰리 커크의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자고 발언하고 있다. (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
마틴의 발언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논란의 여지도 없이 콜드플레이가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커크에게 내던지고 있다” “차라리 스스로 어리석다고 밝혀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이 “가족에게 애도도 못 표하나”라며 마틴을 옹호하자 또 다른 네티즌들은 “백인 우월주의자(커크)와 그의 가족을 지지하는 자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할 권리가 있나”며 비판했다.

마틴이 중동,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분쟁 지역들을 함께 거론한 점을 들어 이번 발언이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극단적 형태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커크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유명인이 일각에서 공격받고, 우파 진영에서는 이를 좌파의 몰상식한 행위로 비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점점 더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고 해명 및 사과하는 일이 잇따랐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은 자신의 SNS에 “미국의 영웅 중 한 명인 찰리 커크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는 악에 맞서 단호한 사람이었다”, “찰리 커크, 편히 잠드소서” 등 내용이 담긴 추모글을 공유했다. 이에 그가 극우 성향을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자 최시원은 글을 삭제했다.

한국계 호주인으로 8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해쭈도 커크를 추모하는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해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가 생전 어떤 정치 스탠스를 가졌는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몇 가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고 상당히 충격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플루언서로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더 확실히 그 사태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며 한참 부족한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같은 논란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배우 진서연은 14일 자신의 SNS에 24시간 공개 기능으로 커크의 사진과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려 또다시 이념 논쟁에 불이 붙었다.

배우 진서연(왼쪽)이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미국의 우익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진서연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청년 우익 활동가인 커크는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의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연설 도중 총격을 입고 사망했다.

생전 커크는 혐오주의와 극단적 발언으로 수차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낙태 반대 토론 현장에서는 여성에게 “본인 오르가슴에 책임을 져라”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쳤고 “10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또 “사형제는 신속하게 집행하고 TV로 중계돼야 한다. 12세부터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2023년 4월 유타주 행사에서 “일부 총기 사망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해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발언은 현재 커크의 사망과 함께 회자되고 있다.

한편 커크는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서 콜드프레이 콘서트 중 ‘키스캠’ 영상에 찍힌 불륜 남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콜드플레이 공연 자체를 깎아내린 바 있다.

커크는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더 지루하고 진부하며 시간 낭비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자유 사회니까 여러분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드플레이 음악은 정말 듣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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