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9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로우스(Lowe’s) 가전제품 매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사진=AFP)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풀은 최근 미국 세관 자료를 분석해 올해 6월부터 일부 수입 가전제품의 신고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신고가격이 낮으면 부과되는 관세액도 줄어든다.
WSJ 역시 해당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중국산 음식물 처리기의 경우 올 1~5월 평균 신고단가가 21달러였으나 6월에는 9달러, 7월에는 8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태국산 가스레인지는 350달러에서 175달러로, 한국산 세탁기는 838달러에서 73달러로 하락했다. 다만 이들 제품의 소매가격은 관세가 적용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월풀은 경쟁업체들이 고의로 수입가를 낮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심업체에는 삼성전자, LG전자, GE어플라이언스를 소유한 중국 하이얼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월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사들과 직접 논의를 했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언급을 거부했으며 LG전자는 “모든 미국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GE어플라이언스는 “월풀이 의류 건조기를 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제품을 수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GE어플라이언스는 “경쟁은 미국 소비자에게 유익하지만, 월풀의 이번 공격은 자사 실적 부진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풀은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등 관계 당국과 우려를 공유했으나 공식 민원을 제기하지는 않은 상태다. CBP는 관련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저가 신고가 단순한 데이터 입력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류회사 카고트랜스의 공동 최고경영책임자(CEO)인 눈지오 드 필리피스는 “6월부터 새 철강 관세가 시행되면서 수입 신고 절차가 복잡해졌고, 일부 관세사들이 제품 수량을 이중 계산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관은 통계상 이상치가 포착될 경우, 관련 관세사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덧붙였다.
월풀은 과거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기업들이 세탁기를 헐값으로 팔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청구한 바 있다. ITC는 2017년 삼성과 LG전자의 세탁기 수입 급증이 미국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했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국산 세탁기를 포함한 외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3년간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승인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 세탁기 공장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