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총파업 예고…프랑스 새 총리 '첩첩산중'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5일, 오후 04:3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다음달 초까지 2026년 예산안 마련해야 하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신임 총리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노동계는 정부 지출 삭감에 반대해 총파업을 예고한 데다, 재계는 증세 계획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정적자를 줄일 묘안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코르뉘 총리는 오는 10월7일까지 2026 예산안 초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시간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예산안 제출 기한을 10월13일까지 연장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빠듯한 일정이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사진=AFP)
르코리뉘 총리 취임 직후 피치가 프랑스 신용등급 AA-에서 A+로 강등하면서,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피치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부채 증가를 이유로 지난 12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이같이 조정했다. 이는 프랑스가 기록한 사상 최저 등급이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 평균(약 3.1%)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부채는 GDP의 113%를 넘어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피치는 “향후 수년간 부채 안정화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없다”고 지적하며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7년 121%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재정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프랑스 민간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를 웃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보다 프랑스 회사채를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가 13일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최근 로레알, 에어버스, 악사 등 10개 프랑스 기업이 발행한 채권 금리가 비슷한 만기의 프랑스 국채를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6년 이래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이다.

프랑스 의회 구도상 내년 예산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 국민의회(하원)는 좌파 연합, 중도·우파 연합, 극우 정당으로 삼분돼 사실상 교착 상태다.

중도우파·보수 진영인 공화당(LR)은 부유세 도입에 부정적이다. 브뤼노 르타이요 내무장관은 “사회당 요구는 이미 높은 세금을 감당하는 프랑스에 더 큰 부담만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경제인연합(MEDEF)은 부유세에 반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반면, 사회당은 초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조건으로 정부 불신임안 표결을 막을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계는 오는 18일 정부 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르코르뉘 총리가 기존 정책과의 단절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좌파 연합 내 중도·온건 세력의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차입 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예산이 공공 재정을 건전한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며 “사회당(PS), 녹색당(EELV), 공산당(PCF)과 허심탄회하고 고위급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르코르뉘 총리는 바이루 전 총리가 추진하던 공휴일 2일 폐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으며, 부유층 증세 논의에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예산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지방정부 권한 확대와 관료주의 축소 의지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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