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테이블 오른 틱톡, 트럼프 또 연장하나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의 마드리드 회담이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면서 이들이 중국계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무역, 경제, 국가안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미중 4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위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스페인 외무부 청사에 도착했다.(사진=AFP)
틱톡 매각이 올해 3차례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의 공식 의제로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제정된 ‘틱톡금지법’에 따라 틱톡의 미국 사업 강제매각이 결정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이 시한을 여러 차례 연장했다. 최종 시한은 오는 17일이다.
틱톡 미국 사업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중국 정부는 틱톡의 핵심 기술인 알고리즘 수출에 대해 반드시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으로, 지금까지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이를 내놓도록 허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거래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기한 내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서비스는 중단된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시한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젤렌스키 참사 우려에…中, 트럼프 방중 추진
양측은 또한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APEC 정상회담 개최지인 한국을 정상회담 후보지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에서 정상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두 달 동안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백악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참석한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이 시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으로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까지 이뤄진다면 이는 시 주석의 ‘외교적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중국 당국자들은 올해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등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외교 참사’와 같은 일을 경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자국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시 주석이 돋보이도록 행사 전반을 연출할 수 있고 돌발 상황이나 변수도 억제하기 쉽다. 자유로운 언론과 예측 불가능성이 뒤따르는 APEC 회의보다는 철저히 통제 가능한 자국 내 정상회담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로서 이번 마드리드 회담에서의 틱톡 문제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중국이 틱톡 매각 문제에서 어떤 유연성을 보이는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에 어느 정도 필요한 양보를 할 준비가 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실질적인 양보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장기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 中, 미국산 대두 문제로 美압박한 듯
여기에 더해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두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며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GT)는 ‘미국 대두 농부들의 어려움은 미국 정부에 또 다른 경고를 던진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전쟁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사설은 “현재 많은 미국 농가들이 대두 수확기를 맞았지만 수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으로부터 구매 주문이 없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중국이 수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때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은 미국이었으나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계기로 이는 브라질로 바뀌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경제무역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APEC 정상회의 전후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시점까지 6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양국은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사안의 복잡성에다 시 주석이 (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성과물로 양국이 합의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