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 분기 아닌 반기마다 실적 보고해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전 12:0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기업들이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6개월 단위 보고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공시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말 뉴욕증권거래소(NYSE) 개장식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입회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타 모자를 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에 따라 기업들은 더는 분기별 실적을 강제적으로 공개하지 말고 반기마다 보고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진이 회사 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분기 실적 공시는 1930년대 증권시장 규제 정비 과정에서 도입됐다.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상장사가 3개월마다 재무 성과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 제도가 과도한 단기 성과 압박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SEC에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SEC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지만, 최종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적 공시는 투자자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제도 변경이 현실화되려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세계 최대 증권시장에서 투명성 약화 논란이 불거질 경우 국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주기 변경이 장기적 안목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불확실성을 키워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했다.

브라이언 닉 뉴에지웰스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단기 성과 중심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트 말리 밀러타백 전략가도 “투자자에게는 투명성 부족이 문제지만, 경영진은 장기적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폴 앳킨스 SEC 의장은 과도한 공시 규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최근 규제 일정에 ‘공시 제도 합리화’ 과제를 포함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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