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부패에 분노한 Z세대…아시아 정치 지형 뒤흔든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후 06:5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네팔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아시아 전역의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두 나라의 시위는 약 3000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도 세력이 바로 Z세대(1997~2012년생)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규제와 정치권 특권이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청년실업, 부패, 불평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 반둥에서 경찰 개혁과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 중 한 시위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AFP)
◇네팔, 인니 청년들 분노에 정부 ‘백기’

미국 NBC뉴스는 15일(현지시간) ‘Z세대가 주도하는 시위가 아시아 전역의 정부를 뒤흔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팔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부패와 일자리 부족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이 급진적인 경제 및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모두 인구의 절반가량이 30세 미만이지만, 불만의 직접적인 원인은 달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 고위층의 특권과 사치가 청년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하원의원 580명 전원이 월급 외에 월 5000만 루피아(약 428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지난해 도입된 의원들의 주택 수당은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주택 수당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시위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불만이 2주 넘게 전국적 시위로 확산되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주요 경제와 안보 장관들을 교체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수비안토 대통령 정부와 의회가 경제난에 둔감하다는 불만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네팔 역시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큰 혼란에 빠졌다. 네팔 정부가 지난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26개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하자 이에 반발해 시위가 확산했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면서 카트만두에서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이에 경찰이 지난 8일부터 최루탄을 포함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대통령과 총리 관저 등지에 불을 지르며 맞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 네팔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경찰관 3명을 포함해 72명이 숨지고 2113명이 다쳤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네팔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출신 수실라 카르키(73)를 임시 총리로 임명하고 16일 Z세대가 선호하는 개혁 성향 신임 장관 3명을 기용하는 일부 내각 인선안을 내놨다. 신임 장관 3명은 청렴한 관료로 평가받은 인물들로, 이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Z세대’가 선호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네팔 임시정부의 새로 임명된 장관 3명이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AFP)
◇취업난·부패 공통점…SNS로 뭉치는 ‘Z세대’

인도네시아와 네팔에서 벌어진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달랐지만 일자리 부족, 만연한 부패,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5~24세 인구의 실업률이 14%에 달했고, 네팔은 20%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많은 청년들은 인도, 중동 등 해외로 떠나 두 나라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불만이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두 나라의 시위는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정치 변화를 이끌어낸 점도 눈에 띈다. 네팔에선 총리 사임과 함께 여성 최초 임시 총리가 등장했고, 인도네시아에선 장관 5명이 해임하는 조치가 나왔다.

SNS가 여론 확산을 가속화한 점도 주목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배달 라이더인 21세 청년이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네팔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활용하는 발렌드라 샤(35세) 카트만두 시장이 부패 척결과 사회 정의를 강조하며 청년층의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전 세계를 SNS로 비교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변화 속도가 더디다고 느끼면 강하게 반발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청년층의 불만이 제도권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시큐리티팔 AI’를 운영하는 푸카르 하말은 “Z세대는 싱가포르, 두바이, 미국, 홍콩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며 사회를 매우 빠르게 비교할 수 있다”며 “기득권 세대의 ‘금수저 정치’에 대한 반감 또한 시위의 동력”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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