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권 부실대출 우려 확산…3대지수 일제히↓[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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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0월 17일, 오전 08:4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지역은행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하락 마감했다. 지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3주째 이어지고 있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도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5 하락하며 4만5952.24에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3% 하락한 6629.07에 마무리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47% 떨어져 2만2562.54에 거래를 마쳤다.

자이언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 등 지역은행 주가가 장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자이언스는 이날 일부 차주들의 부실 대출로 인해 6000만달러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도 공시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빌려준 돈 중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쌓아두는 자금이다. 해당 발표 후 자이언스 주가가 12%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이날 최근 내부 점검 과정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 중 한 명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은행은 해당 대출의 손실 규모를 아직 추산 중이지만, 사기 대출로 인한 잠재적 손실 발생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충당금 설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표 후 주가가 11% 급락했다. 지난달 파산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브랜즈 관련 손실이 있다고 밝힌 중형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주가는 이날 10% 하락해, 이달 초 대비 25% 급락했다.

아르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드 엘러브룩은 CNBC에 “시장은 (은행권 전반의) 신용 손실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그 결과 오늘 대부분의 중소형 금융주와 은행주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 두 곳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불안감은 확산 중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달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인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퍼스트브랜즈의 파산을 언급하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아마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파산에 이르지 않았으나 신용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JP모간 역시 트라이컬러에 대출을 제공해 이번 분기 1억 7000만달러의 대손상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긴장도 다시 고조되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를 강화하자, 이에 대응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후 며칠간 발언 수위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지난 14일 다시 중국산 식용유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긴장이 재점화됐다.

엘러브룩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어떤 행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사안들을 직접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그래서 시장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계속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투자자들은 이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또 3주째 이어지는 미국 정부 셧다운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셧다운으로 인해 주요 연방 기관의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계속…월러 연준 이사 “10월 기준금리 0.25% 인하해야”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됐다. 이날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노동시장 둔화와 물가 안정세를 근거로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러 이사는 뉴욕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노동시장에 관해 우리가 가진 자료에 비춰볼 때 이달 2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근접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성장률은 여전히 견조한 반면 고용은 정체돼 있어 데이터 간 괴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장이 둔화 돼 노동시장과 일치하거나, 노동시장이 회복돼 성장세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금리를 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또 “정부 셧다운으로 9월 고용보고서와 소매 판매, 물가지표 등 주요 통계가 지연되고 있다”며 “정책 판단에 필요한 공식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자료는 보조 수단일 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TSMC 최대 분기실적에 반도체주 상승

이날 반도체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수요가 견조함을 재확인시켰다.

TSMC는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한 4523억대만달러(약 2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LSEG 스마트에스티메이트 전망치 4177억대만달러(약 19조3395억원)를 웃도는 실적이다. 또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30% 증가’에서 ‘35% 증가’로 상향 조정했다. 실적발표 후 대만 증시에서 TSMC의 주가는 1.37% 오른 1485대만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 주가는 1.1% 상승마감했고, 브로드컴은 0.8% 상승했다. AI 및 반도체 산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 장대비 0.49% 올랐다.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실망스러운 2026년 회계연도 전망 탓에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회사의 조정 EPS 전망은 2.20~2.40달러로, LSEG 컨센서스(2.40달러)에 하단이 미치지 못했다. 매출 성장률 전망도 5~10%로 제시돼, 시장 기대치(17%)를 크게 밑돌았다.

세일즈포스는 공격적인 성장 목표 제시로 주가가 4% 가까이 상승했다. 회사는 2030년 매출이 6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83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그니피센트 7’ 중 이날 상승한 종목은 알파벳(0.17%) 한 곳뿐이며, 애플(-0.76%), 메타(-0.76%), 테슬라(-1.51%) 마이크로소프트(-0.34%), 아마존(-0.51%) 등은 모두 하락 마감했다.

위험회피 분위기 커지며 국채금리·유가 하락

주식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국채금리는 하락세(가격 상승)를 보였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7.5bp(1bp=0.01%포인트) 내린 3.971%에 거래됐다. 이는 9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4%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전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4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는 8.6pb 내린 3.420%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는 미국 지역은행에 대한 우려로 위험회피 분위기가 커진 가운데 3거래일 연속 밀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81달러(1.39%) 내린 배럴당 57.4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초순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에너지 수입 결정에서 자국 소비자 이익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미국 달러화 값은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해 전 거래일 대비 0.45 내린 98.34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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