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비쭈기나무)’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일년 두 차례 예대제 기간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만 봉납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시바 총리는 4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온 집안 출신으로 그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우익의 성지로 불린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100여 년 동안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태평양 전쟁에 강제로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달 사임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이달 4일 집권 자민당은 신임 총재 선거를 실시해 다카이치 사나에를 신임 총재로 선출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정부 수반인 총리직을 맡기 때문에 당초 15일 임시국회를 통해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자민당의 오랜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변수가 생겼다.
총리로 선출되려면 중의원(하원)의 투표에서 과반(1차 투표)을 얻거나 다수표(2차 투표)를 얻으면 되는데, 현재 자민당의 의석은 중의원 총의석 465석에서 과반(233석)에 못 미치는 196석에 불과하다.
한편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고 공물만 봉납할 예정이라며, 이는 오는 21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될 것을 예상해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