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한 러 드론에 ‘북한제 집속탄’ 탑재 첫 확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0월 17일, 오전 11: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북한제 집속탄(클러스터 폭탄)을 장착한 소형 무인기를 군사 작전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병력 대부분을 철수시킨 북한이 이제는 군수물자 지원을 확대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러시아-벨라루스 합동 군사훈련에서 벨라루스 군인이 무인기(드론)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의 독립 무기조사기관인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에서 발견된 러시아의 드론 탄두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제 집속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폭발시 탄두에 들어있는 수많은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퍼져 넓은 지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살상력을 극대화한 무기다. 국제사회에선 비인도적 무기로 간주돼 사용 논란이 있다.

러시아가 군사 작전에 사용한 소형 드론은 ‘1인칭 시점’(FPV) 공격용 드론으로, 조종사가 실시간 영상으로 목표물을 조준해 타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북한제 집속탄이 이 드론에 탑재된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연구소 조사팀이 현장에서 확보한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제 집속탄엔 2000년에 제조됐다는 표식이 있었다. 또한 3D 프린터로 제작된 부품이 장착돼 있었는데, 내부에는 전자기폭 장치가 추가돼 목표물 충돌시 폭발하도록 개조돼 있었다. 또한 드론 동체는 러시아에서 생산됐으며, 주요 부품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구성돼 있었다.

다미앵 스플리터스 연구원은 “북한제 집속탄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이 사용했던 ‘M-42 이중목적 개량고폭탄(DPICM)’을 모방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오폭 위험 탓에 사용을 제한했지만, 북한이 유사한 구조를 복제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발견은 북한 방산업체와 러시아 군수체계 간 직접적인 물자 연계를 다시 한번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전쟁 물자 교류가 더욱 정교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양국은 올해 초부터 에너지·무기 거래, 군사기술 교류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 강화를 공언해왔다.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대포, 탄약,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지속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했던 병력을 전면 철수하는 대신 군수·기술 지원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제 집속탄이 러시아 드론에 탑재됐다는 것은 양국의 무기 기술 협력이 정점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CAR을 초청해 러시아 무기의 구성과 출처를 확인해 왔다. CAR은 그동안 러시아의 첨단 무기 대부분이 서방 기업의 저가 민간 부품을 우회 수입해 제작된 사실도 밝혀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판매를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전화통화를 진행한 가운데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관련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 대통령과도 만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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