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美와 ‘방위협정’ 추진…내달 빈살만 방미 맞춰 서명할 듯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0월 17일, 오후 02:0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새로운 방위협정 체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카타르와 맺은 ‘공격시 미 안보 위협 간주’ 조항을 포함한 약정과 유사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정이 타결되면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안보 보장’을 받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5월 13일 리야드에서 진행한 양자 회담에서 합의서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포괄적 방위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며, 다음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백악관 공식 방문시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협정은 견고할 것이며 양국 간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미 고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 일정에 맞춰 서명 가능성이 있으나 세부 내용은 아직 조율 중”이라며 “카타르와의 새 방위협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관련 협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사우디와의 방위 협력은 미국의 중동 전략의 근간”이라며 “역내 안보와 테러 근절, 분쟁 해결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에 대한 외부 공격을 미국의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필요시 군사 대응을 포함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공습을 감행한 뒤 발표된 조치다. 당시 걸프 국가들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면서 미국이 수습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안보 보장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및 이에 따른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빈 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별도의 단독 협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협정은 카타르와 유사한 형태의 행정명령 또는 방위약정 문서로 체결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타결시 중동 안보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 워싱턴DC 소재 유라시아그룹의 피라스 막사드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이번 협상은 카타르 협정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강력한 안보협력 체계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1조달러 규모의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빈 살만 왕세자 입장에선 미국과의 군사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휴세인 이비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고 짚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1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미국 방문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사우디는 이미 미국 무기의 최대 구매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사우디를 방문해 1420억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다. 백악관은 이를 “역대 최대 규모의 군수협력”으로 평가했다.

한편 사우디는 지난달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전략적 상호방위 협정’을 체결해 군사·기술·국방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안보를 다변화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략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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