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지배 사과’ 무라야마 전 日총리 별세…향년 10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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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0월 17일, 오후 02:49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일본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과거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사진=AFP)
1924년 오이타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무라야마 전 총리는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 활동을 거쳐 1972년 사회당 후보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1994년 제 81대 일본 총리로 취임했는데, 당시 일본사회당 출신으로는 27년 만에 총리가 됐다. 역대 2번째 사회당 출신 총리다. 그는 총리로서 자민당·사회당·사회민주당 연립 정권을 이끌었다.

전후 50년 동안 대립 관계에 있었던 자민당과 사회당의 연립 정권 출범은 이후 일본 정계 재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미일 안보체제 유지, 자위대 합헌, 일장기와 기미가요(국가) 수용 등을 표명하며 사회당의 기본 노선을 대폭 전환했다.

또한 전후 50주년에 맞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기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고, 피폭자원호법 제정 등 전후 처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과거 식민지 지배를 ‘침략’으로 언급한 것으로, 기존보다 진일보한 사과와 역사 인식을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사진=AFP)
1995년 1월 발생한 한신 대지진 당시에는 위기 관리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1996년 1월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표명했다. 퇴진 후 사회당 위원장에 재선됐고, 당명을 사민당으로 변경하는 등 당의 재건에 힘썼다. 1999년에는 초당파 방문단 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2000년 6월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지난해 100세 생일을 앞두고 “일본이 계속 평화로운 나라이기를 기원한다”면서 장수 비결로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사는 것, 하루하루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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