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성이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UFJ금융그룹과 MUFG은행 본사의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즈호은행이 일부 점포에서 영업시간 연장을 도입한 배경에는 오후 3시 이후 방문하는 고객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2월 도쿄 이케부쿠로에 약 10년 만에 계좌 개설 전용 매장을 새로 열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30분까 운영하지만, 방문 고객의 절반가량이 오후 3시 이후에 집중됐다. 특히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미즈호은행의 대형 점포에 버금가는 규모로 저녁 영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 계좌 개설 전문점은 이용자의 70%가 10~30대의 젊은 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신규 계좌는 주로 아르바이트 급여 수령이나 취업에 따른 월급 계좌 개설인 경가 많아 10~20대가 주를 이룬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한 반면, 금융 지식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미즈호은행 관계자는 “처음 계좌를 만들 때는 모르는 부분을 직접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방문한 젊은 고객들로부터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 시대에 젊은 세대의 계좌 확보는 은행들에게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처음 만든 계좌나 급여통장은 일단 개설하면 다른 은행으로 바꾸는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조기에 확보할수록 주택담보대출이나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 상품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상적인 결제와 연계된 주요 계좌가 되면 안정적인 예금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은행 측의 판단이다.
‘저녁 영업’ 확대 움직임은 다른 은행들로도 퍼지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9월 도쿄 다카나와에 20년 만에 새로 문을 연 개인 고객 전용 ‘엠무트 스퀘어’의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해당 점포는 창구에서 현금을 취급하지 않고, 평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원이 상주하며 계좌 개설과 자산운용 상담을 진행한다. 이는 기존 영업시간 중 방문이 어려웠던 고객층을 겨냥한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도쿄와 오사카 소재 4개 점포에서 평일 오후 7시까지 자산운용과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전국 110개 이상 거점에서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자산운용, 상속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은행 점포의 영업시간은 과거 은행법 시행규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일본 금융청은 2016년 규제를 완화해 은행들이 보다 유연하게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저금리와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대형 은행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통폐합을 추진했으나 영업시간 재검토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금리를 올리면서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다. 이에 일본 은행권에선 ‘금리가 있는 시대’를 맞아 예금자 유치 등 개인 고객의 중요성이 다시 커졌다. 특히 장기적인 거래가 기대되는 젊은 층과 현역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각 은행은 점포의 편의성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영업시간 재조정은 단순한 연장만이 아니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즈호은행은 일부 지방 점포에서 낮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점심 휴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방 점포에 도입해 안정적으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