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총리 지명선거 앞두고 일본유신회 끌어들이기 총력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0월 17일, 오후 05:4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는 21일 열리는 총리 지명선거를 앞두고 일본유신회와 연립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공명당의 이탈로 과반 의석 확보가 요원한 가운데, 야권 주요 3당 중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과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기 때문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왼쪽)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사진=AFP)


1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일본유신회와 총리 지명선거 및 연정 구성을 위한 정책협의를 개최했다. 자민당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조회장 등이, 유신회에선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와 나카즈카 히로 간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전날 유신회가 자민당에 제안한 ‘12개 항목·50개 요구사항’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실질적인 정책 조정을 진행했다. 유신회는 기업·단체로부터의 정치자금 기부 전면 금지, 국회의원 수 10% 감축, 식품 소비세 2년 한시적 0% 적용을 ‘핵심 3대 과제’로 제시했다. 후지타 공동대표는 “국가 개혁을 위해 정치가 먼저 몸을 깎아야 한다”며 “헌금 금지와 정수 감축은 국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기부금 전면 금지’에 대해선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개인·법인의 정치 참여 통로를 완전히 차단할 경우 정당 운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법·편법 기부 차단을 위한 단계적 제도 개혁이 현실적이라는 게 자민당의 주장이다.

문제는 기업·단체로부터의 정치자금 기부 전면 금지가 유신회의 당론이라는 점이다. 지난 16일 유신회가 자민당과 진행한 의원총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공명당이 연정에서 탈퇴한 것도 같은 이유여서, 양당 간 협력에 이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양당은 재정 문제에서도 의견이 충돌했다. 유신회가 주장하는 식품 소비세 ‘제로’(0%) 조치는 연간 약 4조엔 규모의 세수 공백을 초래한다고 자민당은 지적했다. 반면 유신회는 “한시적 인하라도 서민 부담을 완화해 소비를 살릴 수 있다”며 “재정 지출 절감으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반면 기본정책에서는 양당 간 공감대가 비교적 넓게 형성됐다. 후지타 공동대표는 “헌법 개정·안보, 대외관계 등 근본적 국가관에선 다카이치 총재와 거의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재와 자민당 역시 “유신회가 제시한 12개 핵심 정책 요구 중 헌법 개정, 외교·안보, 에너지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자민당은 큰 이견이 없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 세력과 국가개혁을 추진할 때”라고 화답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는 유신회 참여를 전제로 하는 ‘풀스펙 연정’, 즉 유신회 측 인사를 내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직접 제안했다. 총무상과 지방창생상 등 지역균형정책 담당 부처가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유신회의 개혁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도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신회의 또다른 공동대표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책 실현을 위한 책임 분담은 당연하다”며 “부수도 구상 등 지방분권 개혁과 사회보장정책, 의원수 10% 축소는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방분권 개혁은 직접 추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양당은 오는 20일까지 정책 문안을 확정해 공동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유신회가 자민당의 수정안을 수용할 경우 다음날 열릴 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매체들은 자민당 내부적으로 일부 우려가 나오지만, 총리 지명선거라는 현실 앞에 유신회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자민당이 기업 헌금 금지와 관련해 입장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정치평론가 미야케 다쓰야는 “기업 정치 헌금 전면 금지나 소비세 감면은 상징성이 큰 사안이지만, 예산 현실을 고려하면 절충이 불가피하다”며 “양당이 상호 체면을 세워주는 형태로 ‘원칙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책 협상이 타결되면 일본은 또다시 보수 연대를 기축으로 한 우경 내각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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