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트럼프 관세 권한에 회의적…“세금 부과는 의회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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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06:5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대부분의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 조치의 합법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10∼50% 관세를 부과한 조치의 법적 근거를 집중 심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와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해당 조치가 비상사태 대응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법관들은 관세 부과가 대통령 고유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미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의회의 핵심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정부 측 논리에 회의적 질문을 던졌다.

진보 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는 대통령 권한이 아니라 의회의 권한”이라고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쟁점은 1977년 제정된 IEEPA가 대통령에게 외교·안보·경제 위기 대응 차원의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관세 부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측은 “수입 규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관들은 “무역적자는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구조적 문제로 ‘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반응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세정책연구소에 따르면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관세는 9월까지 약 880억달러 규모이며, 향후 10년간 총 2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부담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물가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건을 “국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소송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대통령이 신속하게 관세를 사용할 수 없다면 미국은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하급심에서 모두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된 상태에서 상고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신속 심리를 적용하고 있어 이르면 수주 내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1000억달러 이상 환급 요구가 제기될 수 있으며, 미국 수입업체들의 부담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무역법을 통해 일부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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