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당초 이날 회의의 공식 의제는 교통 안전 문제였으나 마치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국가두마) 의장이 갑작기 미국의 핵실험 재개 계획에 대해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질문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같이 답했다. 이 질문은 즉흥적으로 보였지만 사실상 사전에 준비된 일련의 발언들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최근 미국의 발언과 행동을 고려할 때, 즉시 전면적 핵실험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다. 그는 러시아 북부 북극해에 있는 노바야제믈랴 제도의 북극 시험장에서 단기간 내 핵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의 행동에 대한 시기적절한 대응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핵실험 준비에는 그 종류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의 핵실험 재개를 발표한 데 대한 대응”이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가 지정학적 긴장을 극도로 높일 수 있는 단계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주 간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지난달 중순으로 예상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헝가리 정상회담이 취소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주요 핵보유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폭발 실험을 재개할 경우 도미노식 대응 실험이 이어져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국가는 북한뿐이다.
유엔 군축연구소(UNIDIR)의 안드레이 바클리츠키 연구원은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전형적인 ‘행동-반응의 악순환’”이라면서 “아무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지만 어쩌면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현재 핵탄두 보유 규모는 미국과 러시아가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며, 그 뒤를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잇는다.
국영 통신사 타스(TASS)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실험 관련 제안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핵실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지 결론을 내리려면 미국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중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고 핵 발전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후 그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핵무기를 실험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으로, 3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다만 그가 말하는 ‘핵실험 재개’가 실제 핵폭발 실험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의 비폭발 시험을 뜻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