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선승리 1년…물가 잡겠다더니 계속 상승중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02:3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내년 중간선거 ‘전초전’ 격인 뉴욕시장·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유권자들에게 경제 문제, 특히 ‘물가’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캠페인 당시 내걸었던 물가 안정 공약도 재조명되고 있다.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집권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식료품·전기·자동차·휘발유 등 일상적인 생활비 전반에서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AFP)


◇1년간 식료품·전기료 ‘껑충’…“美국민들 가장 민감”

우선 식료품을 살표보면, 최근 1년간 2.7%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올해 4월 단 한 차례만 하락했고, 매달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 대선 승리후 “취임 첫 날부터 식료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커피(18.9%), 간 쇠고기(12.9%), 바나나(6.9%) 등 일부 품목은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특히 커피는 전체 소비량 중 3분의 1이 브라질산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국가에 50% 관세를 부과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강경한 이민정책 역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농장 등에서 일하던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져 임금이 상승했고, 이는 식료품 원가에 반영됐다. 미 농업 노동자 중 40%가 미등록자로 추정된다.

산불·기후 악화 등 외부 요인 역시 커피나 일부 농산물 가격 급등에 일조했다. 반면 계란 가격은 조류독감 여파로 올해 3월 한때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안정세를 회복, 한 판 기준 4.93달러에서 3.49달러로 내렸다. 버터·마가린(-2%), 아이스크림(-0.7%), 냉동채소(-0.7%) 등 몇몇 품목도 소폭 하락했다.

식료품과 더불어 미 유권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품목인 전기료도 지난 1년간 상승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석유·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통해 생산비용과 소비자물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18개월 내 에너지·전기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올해 8월 기준 미국 내 평균 가정용 전기 요금은 kWh당 17.62센트로, 취임 직후(1월) 15.94센트보다 비싸졌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전력 수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 및 철강 관세 인상에 따른 발전 설비 원가 상승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소득·지역별 격차 역시 확대 중이다.

(사진=AFP)


◇신차 가격, 사상 첫 5만달러 돌파…휘발유는 찔끔 하락

자동차 가격 역시 “내리겠다”는 약속과 달리 올해 9월 사상 처음으로 신차 평균 가격이 5만달러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평균 2~3% 인상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1년간 관세 정책 탓에 4%대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10월부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영향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세 부담을 직접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 가격 상승 폭이 더욱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정부는 무역협정에 합의한 국가들을 제외하고 수입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협회(AAA)에 따르면 그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때 갤런당 3.125달러였던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은 최근 3.079달러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부 웹사이트에선 평균 2.97달러로 더 낮은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공약(갤런당 2달러) 달성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천연가스·원자력 발전 확대가 “유일한 가격 안정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정부와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정부가 유발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진정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실제로는 관세·이민·에너지 등 각종 정책 변화가 생활필수재 대부분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소비자 체감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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