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붕괴시 美가계 자산 8% 증발…“닷컴 때보다 심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03:2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폭등한 미국 주식시장이 만약 ‘닷컴 버블’ 수준의 붕괴를 맞는다면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8%, 약 16조달러(약 2경 3166조원)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미 증시는 약 71%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시가총액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175%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 5조달러를 달성했고, 오픈AI는 1조달러 규모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S&P500 시총이 미 GDP의 124%를 기록했고, 상위 5개 IT기업 평가액은 2조달러로 집계됐다. 거품이 터진 뒤엔 기술주 가치가 평균 76% 폭락했고, GDP 대비 S&P500 시총 비율도 53%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이전 고점을 되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미 일반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은 20%로, 닷컴 시절과 비교해 4%포인트 확대했다. 미 가계 주식 자산은 총 42조달러에 달한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18조달러에 해당하는 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AI 버블이 터질 경우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닷컴 붕괴 당시와 같은 시세 하락(76~80%)이 반복된다면, 미 가계 자산은 약 16조달러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 가계 전체 자산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외 투자자 역시 7조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연금·보험 등 간접 보유분 20조달러는 포함하지 않고 산출한 금액이다.

미 경제에도 막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 경제는 소비가 떠받치는 구조다. GDP에서 개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AI 붕괴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연간 소비가 약 8900억달러, 전체 GDP의 2.9%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경고했다. 주식자산 100달러 감소시 소비지출이 3.20달러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AI 중심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쏠림’ 현상은 2000년대보다 집중도가 더 높다. S&P500 전체 시총 대비 상위 20개사 시총 비중이 52%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자산 시장의 주식투자 대중화와 구조적 집중이 과거보다 더 큰 불안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AI 기술이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전체 시장과 수많은 투자자들이 일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닷컴 붕괴 이상의 충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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