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쌀부족 이어 과일·채소 수입 급증…식량안보 우려 확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04:4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올해 과일·채소 수입을 큰 폭으로 늘렸다. 장기간 지속된 쌀 가격 폭등 사례까지 겹쳐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렴한 수입품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농가 경영난, 국내산 감소, 자급률 하락 등 농업 기반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6일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를 인용해 올해 1~9월 채소 수입량이 전년 동기대비 21%, 과일 수입량이 5% 각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품목별로는 양상추가 4.5배, 양배추는 6배 급증했다. 과일은 포도 23%, 만다린 오렌지 76% 등이 크게 늘었다.

농가의 고령화와 기상 악화로 일본 내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수입 증가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 말 일본 수도권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일본산 양파는 1봉지 280엔으로, 지난해 2배 가격에 육박했다. 올 여름 폭염 등으로 주요 산지인 북해도에서 양파 출하량이 전년대비 32% 감소한 탓이다.

국내산 공급이 줄어들며 대형 유통사와 무역업체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은 자연스럽게 확대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향후 일본산 자급률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국내산 가격이 오를수록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입 양파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부족한 물량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도쿄 시장의 수입 양파 물량이 3.6배 늘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산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입산 양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일본은 중국산 양파를 두고 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을 받는 한국 기업에 입찰에서 밀렸다”며 “구하기가 정말 어렵고, 수입품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엔화가치 하락도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수입산 양파 가격은 1kg당 71엔인데, 이는 4년 전과 비교해 52% 상승한 가격이다.

사과의 경우 올해 1~9월 수입량이 전년대비 64%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국내산 사과는 80%가 연말까지 소비되며, 나머지 20% 저장분은 이듬해 8월까지 출하된다. 이 기간 동안 국내산 유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뉴질랜드 등지의 사과가 수입·공급된다.

대형 유통사들은 올해 국산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수입량을 크게 늘렸으나, 국산 사과가 예상보다 더 많이 시장에 남았다. 결국 시장은 물량 과잉 상태로 급격히 전환했다. 수입 사과는 국산 사과의 반값에 유통됐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수입품을 선호해 일부 매장에서는 진열 물량이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수입 농산물이 증가하면서 국내 농산물 판매 및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수입 제품과 경쟁하려면 고가 판매가 힘들고, 저가 경쟁시에는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으로 생산력을 높여 국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수입 의존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농가 이탈, 자급률 하락 위험까지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수입 농산물 자체도 이미 세계 각국과 경쟁이 치열해 안정적 물량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이 농가 소득 일부를 금전 지원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손실 우려가 없어진 농가가 생산에 집중하면 공급은 늘리고 소비자 가격은 낮출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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