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美이민단속 요원, 이번엔 유치원으로…아이들 앞에서 교사 체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05:3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역에서 무차별적 불법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이는 가운데, 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유치원 안까지 들어가 핵생과 학부모들 앞에서 교사를 체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학교에 이민당국이 직접 진입한 첫 사례로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백 명의 지역 주민, 학부모, 선출직 공무원들이 5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 레이토 데 솔 스페인어 몰입 조기 학습 센터에서 연방 법 집행관들에 의해 구금된 교사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노스센터 타운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사립 데이케어(어린이집)·프리스쿨(유치원)인 ‘라이토 데 솔’에서 한 여성 교사가 체포됐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자녀를 등원시키기 위해 대기하던 중 ‘이민 단속 경찰’이라고 적힌 검은색 조끼를 입은 무장 요원들이 한 여성을 쫓아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학교 직원들과 목격자들은 학교가 총기 공격을 받는 줄 알고 교실과 차량으로 피신했다. 요원들에게 밖으로 끌려나간 이 여성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나는 서류가 있어요!”(Tengo papeles!)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체포된 여성이 콜롬비아 출신의 교사 다이애나 산틸리나 갈레아노라고 밝혔다. 그는 2023년 미국 국경을 넘었고, 지난달에는 10대인 두 자녀를 밀입국 브로커를 통해 텍사스 국경으로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 셩을 학교 내부에서 체포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대해 “학교 안이 아닌 외부 현관에서 체포가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체포 당시 그녀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격자들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요원들이 로비와 복도 내부까지 들어온 모습이 담겨 있다.

학교 측은 교사의 합법적인 고용 서류와 취업 허가증을 제시했지만, 요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체포를 강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맷 마틴 시의원은 “교사를 쫓아 유치원에까지 들어왔다면 이제는 어디든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 오열하고 있었다”, “차 안에 아이를 데리고 숨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교사는 3살 아이와 함께 동료의 차에 숨어 30분 넘게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민단속의 ‘민감지역 보호 정책’을 폐지한 후 발생한 첫 학교 단속 사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학교, 병원, 종교시설 등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민 단속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해당 제한을 해제했다.

국토안보부는 공식적으로 학교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 단속이 강행되자 지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자녀 두 명을 해당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제니퍼 브래들리는 ”이번 일은 그들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보여준다“며 ”집에서부터 유치원까지 누군가를 쫓아와 체포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델리아 라미레즈 하원 의원(일리노이주)은 “공공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이자 부모 모두를 공포에 빠뜨린 사건”이라며 국토안보부의 해명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학교 내부 감시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영상에는 복면을 쓰고 무장한 남성이 4개 교실에 진입한 장면을 담고 있다고 라미레즈 의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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