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에 풀려난 프린스그룹 비서 '활짝'...분노 폭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6일, 오후 11:25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대만 검찰이 캄보디아의 악명 높은 스캠(사기) 범죄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의 대만 거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가운데 천즈 회장의 최측근이 환하게 웃으며 풀려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공분을 사고 있다.

보석허가 받은 프린스그룹 대만 거점의 비서가 활짝 웃으며 나오고 있다. (사진=중톈 캡처)
6일(현지 시간) 대만 중앙통신사(CNA)와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 최측근이자 재무 책임자 리톈의 비서 류춘위(31·여)는 지난 4일 대만 수사기관에 체포됐으나 최근 15만 대만달러(약 700만 원)를 내고 석방됐다.

검찰에 따르면 오클랜드 공과대학교 졸업생인 류춘위는 5년간 프린스그룹 대만 거점에서 근무해 왔으며 캄보디아 스캠 관련 불법 자금을 대만에 은닉하는 방식으로 국경 간 대규모 자금 세탁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류춘위가 석방된 것 자체도 문제가 됐는데 석방 당시 그의 태도가 여론에 불을 끼얹었다. 몸에 달라붙는 가슴이 깊게 파인 셔츠에 헐렁한 남방을 걸친 류춘위는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검찰청을 나섰다.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며 누리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많은 가족을 산산조각 내놓고 웃다니 조롱하는 거냐”며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프린스그룹의 드러난 범죄 규모만 수십조단위를 넘어가는데 그의 보석금은 고작 15만대만달러(약 700만 원)라는 사실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 현재 자취를 감췄다. (사진=프린스그룹 홈페이지)
현재 동서양을 불문하고 프린스그룹의 범죄 자산을 동결하고 천 회장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5일 대만 타이베이 지방검찰서는 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을 수사하는 법무부 산하 조사국, 내정부 형사경찰국 등과 합동 수사팀을 구성해 천 회장의 대만 거점 47곳을 압수수색하고 45억대만달러(약 2104억 6500만 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대만 검찰 관계자는 프린스그룹이 대만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캄보디아에서 불법 활동으로 번 자금을 송금해 은닉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당국은 프린스그룹 소유 호화주택 11채 등 부동산과 고급 승용차 26대, 거액의 잔액이 든 은행 계좌 60개 등을 압수했다.

홍콩 경찰도 같은 날 천 회장이 연루된 국경 간 통신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조직에 대한 금융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4일까지 범죄 수익으로 추정되는 27억 5000만달러(약 5116억 6500만 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개인 또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 주식, 부동산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14일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천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천 회장이 보유해 온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도 압수했다.

영국 정부도 프린스그룹과 천즈, 관련 기업들을 제재하고 런던의 1200만파운드(약 230억 원)짜리 저택과 1억 파운드(약 1900억 원)짜리 사무용 건물, 아파트 17채 등 관련 자산을 동결했다.

중국 당국은 2020년부터 프린스그룹이 사기 범죄에 연루됐다고 판단하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도 천 회장의 해외 자산 환수를 전제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린스그룹은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계좌에도 모두 912억 원을 예치해 둔 것으로 드러났는데 미국과 영국 등의 제재 발표에 따라 자산이 동결됐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 피해에 발 빠르게 나선 것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고 느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이 모든 일을 벌인 천 회장은 현재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는 1987년생으로 중국 푸젠성 출신이며 2010년쯤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시작해 2014년 귀화했다. 부동산, 금융, 카지노 사업을 하며 10여 년 만에 재벌로 성장했고 캄보디아에서는 자선 사업가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규모 범죄 단지를 운영하며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지난달 국제 수사의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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