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년부터 비만치료제 월 1000달러→350달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7일, 오전 08: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백악관이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와 협상해 비만치료제 가격을 월 1000달러대에서 350달러선까지 대폭 낮추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번 방안은 내년 초 출범하는 온라인 의약 플랫폼 ‘트럼프Rx’에서 판매될 예정으로,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AFP)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 주사제 오젬픽·위고비 월 평균 이용 가격이 최소 1000달러에서 350달러로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 초 출범하는 ‘트럼프Rx’에서만 이 가격이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어 일리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월 평균 1086달러에서 346달러로 인하될 것이라며, 향후 출시될 신제품(경구용 비만치료제)은 149달러에 판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양사와 트럼프 행정부간 수개월 협상 끝에 합의한 결과로, 미 식품의약국(FDA)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신약인 경구용 비만치료제에 대해 신속 심사 특례를 승인했다.

노보노디스크는 “글로벌 매출 성장에 부정적이지만, 한 자릿수에 못 미치는 수준의 매출 타격”이라며 “이번 합의에는 3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에서 면제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의 데이브 릭스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초부터 즉시 가격이 인하될 것이며, (이에 따라) 이후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회사의 재정 전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측도 가격 인하는 최저 용량에만 적용되며, 이는 체중 감량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 가입한 미국인의 경우에도 내년 7월부터 비만치료제 처방 가격을 월 50달러 수준으로 인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비만치료제 인기가 높아지면 수백만달러를 지출해온 주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장기적으론 합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비만치료제의 정가가 제약사들이 보험사와 협상하는 순 가격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이 밝힌 것만큼 환자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 조치로 제약업계와 약가 정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MO의 헬스케어 연구 책임자인 에반 세이거먼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제약사들은 이미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합의가 초기에는 양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향후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해 손실된 수익을 보전할 것”이라며 “양사는 6700만명 이상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에서 잠재적 환자 풀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랜드연구소 8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성인 12%가 비만치료제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약효를 극찬, 대중화에 불을 지피며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FT는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미국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현지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에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짚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처방은 87만 7500건으로, 일라이릴리의 78만 1000건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번달 처방 건수는 일라이릴리가 130만건으로 노보노디스크의 89만 1800건을 앞질렀다.

노보노디스크는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바이오텍 메트세라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이자와 경쟁하는 등 전략적 변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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