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의 민간인 주거 건물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밤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AFP)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드론 458대와 미사일 45발을 동원해 밤새도록 5개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원자력 발전소 2곳(흐멜니츠키·리브네)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와 열병합 발전소가 주요 표적이었으며, 드론 406대와 미사일 9발을 요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습으로 하르키우·키이우 지역의 즈미우프스카와 트리필스카 열병합발전소가 전소돼 전력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발전소 운영사인 첸트레네르고(Centrenergo)는 “전쟁 시작 이래 최대 규모 타격”이라며 “그동안 밤낮 없이 되살리며 복구해 온 모든 것을 이번에 완전히 잃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도 최소 4명 사망했으며, 여러 도시에서 정전, 단수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 동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에서는 드론 피격으로 9층 건물이 붕괴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하르키우에서는 에너지 기업 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비상 정전과 급수 차질이 이어졌다. 오데사와 크레멘추크 등 남부·중부 지역에서도 에너지 시설 파손과 전력·수도 공급 중단이 보고됐다.
우크라이나 국경관리국은 에너지 공급망 피해로 맞춤 등록 데이터베이스가 일시 중단돼, 국경 교통이 수시간 동안 차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총리는 전력망이 파괴된 모든 지역에서 긴급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알렸다.
안드리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차관은 “러시아가 또다시 민간인들의 일상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다”며 “지역사회로부터 전력과 물, 난방을 빼앗고 중요 기반시설을 파괴했으며 철도망을 부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럽의 핵안전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긴급 소집과 함께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무분별한 공격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인 디텍(DTEK) 막심 팀첸코 최고경영자(CEO)도 자사 화력발전소 중 하나가 이번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알리며 “최근 2개월 동안의 공격 강도로 미뤄볼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의 완전 파괴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 및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최근 전력 인프라 집중 공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겨울철 우크라이나를 추위와 어둠 속에 빠뜨리려는 조직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산업 복합 단지와 우크라이나군 작전을 지원하는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공망 부족과 러시아 미사일·드론 성능 향상으로 우크라이나의 요격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런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방공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지키려면 훨씬 더 많은 (방공) 시스템과 요격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국제사회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