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곰도 MZ세대…"엄마가 인간 안무서워해도 된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9일, 오후 04: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일본에서 곰 습격에 따른 피해가 전례 없이 늘어난 것은 곰도 이른바 ‘MZ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어미 곰으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희미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7일 일본 군마현 누마타의 한 슈퍼마켓 안을 걷고 있는 곰의 CCTV 카메라 영상. (사진=AFP)


올해 4~9월 일본에서 곰이 산이 아닌 일반 주택가, 관공서, 대형 상업시설 등 인간 생활 공간에 출몰한 사례는 총 2만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와테은행 본점이나 아키타시 중심가 등 대도시나 관광지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른 사망자는 13명으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2023년(6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부상자는 같은 기간 212명에서 160명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먹이 부족 현상과 맞물려 ‘신세대 곰’이 늘어나면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중산간 지역(산간 지역과 평야 지역의 중간)의 인구 감소와 서식지 변화가 곰의 이동을 촉진했고, 이에 따라 도시 환경과 소음 등에 익숙해진 개체들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곰의 주요 서식지인 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아키타·야마가타 등 5개현 모두에서 주요 먹이인 너도밤나무 열매가 2023년부터 2년 연속 ‘대흉작’을 기록했는데, 당시 도시 적응을 배운 새끼 곰들이 1년 반 만에 성체가 돼 올해 대거 출몰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끼 곰들은 어미에게서 먹이와 위험지대와 관련된 행동양식을 습득하는 등 고도의 학습 능력을 보인다”며 “도심에서 음식물 쓰레기나 과일류 등 먹이를 쉽게 얻는 경험을 한 곰들은 경계심이 계속 약화한다”고 짚었다.

일부 개체는 동물행동 연구팀에 의해 살아 있는 사슴을 공격하는 장면까지 확인됐다. 이는 곰들의 먹이 고갈 현상이 행동 변화를 야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은 자체적으로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요 편의점들은 북부 지역 매장에 곰 퇴치 스프레이를 비치했고, 일본우편은 곰 출몰 지역에서 저녁 이후 오토바이 배달을 중단했다. 각지 초등·중학교의 임시 휴교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곰 문제 전담 회의를 관계장관급으로 격상시켜 성능 높은 드론, 포획 상자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육상자위대는 아키타현의 요청에 따라 대형 곰 포획, 운반, 드론 정보 수집 등 임무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은 곰 퇴치에 라이플 사용을 허가하면서 이와테·아키타 경찰청에 전문팀을 설치했다. 환경성은 퇴직 군인과 경찰들에게 사냥 면허 취득을 독려 중이다.

과거엔 개체 감소를 우려해 ‘보호 중심’ 정책을 펼쳤으나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최근엔 곰을 ‘지정 관리 조수’로 분류하고 계획적 포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목격·피해 모니터링의 즉각적 개선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부연했다.

일본 낙농학원대학교의 이고다 히로마사 수렵관리학 교수는 “단기 대책으로는 곰이 사람 거주지에 접근하지 않도록 먹이가 되는 유인물을 제거하고, 농지에 전기 울타리 설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효고현립대학교의 요코야마 마유미 교수는 “효고현 내 곰을 유인하는 물체 70%가 마을에 있는 감나무였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방치된 감나무가 많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 곰 출몰이 두드러진다”며 음식물 쓰레기 및 과실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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