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사진=AFP)
이와 달리 부유층은 호황을 이어가는 주식시장 덕분에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소득 수준별로 전혀 다른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격차가 12월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미국의 전체적인 성장세는 여전히 예상보다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면서도 “높은 물가로 인한 저소득층의 고통이 누적되면 경기 흐름이 탈선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거나 소비 성장세가 약화된다면 그동안의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덜 강할 수도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월급으로 겨우 버티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단순히 지표뿐만 아니라 계층 간 격차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FT는 분석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한 미국 고용시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영향이 서민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주요 인사들도 최근 고용시장 둔화가 ‘보통 미국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현재의 강한 소비는 상위 소득층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생활비 위기는 정치적 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서는 “생활비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은 뉴욕시장·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을 냈다. FT는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생활비 위기’가 다시 정치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4.00∼4.2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올해 들어 줄곧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가 지난 9월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다. 시장은 내달 FOMC에서도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번 결정(12월 FOMC 회의)은 정말 미세한 균형의 문제”라며 “물가가 여전히 높고 하락세도 뚜렷하지 않지만 경제는 예상보다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시장은 점진적으로 식고 있지만 급격한 변화는 아니”라며 “지금은 올해 초처럼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윌리엄스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4%까지 끌어올리고 성장률을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경제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견조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무역 긴장에 대한 비관론이 사라지고,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낙관론이 확산된 것”을 꼽았다.
AI가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그는 “그런 예측이 터무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다만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선 ‘AI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총재는 “과도한 투자가 생길 수도 있고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이 갈릴 수도 있다”면서도 “이건 실질적 변화에 기반한 현상이며, 레버리지(부채)가 과도하지 않은 한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은 10월 FOMC를 통해 3년간 이어온 양적긴축(QT)을 끝냈다.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압박이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윌리엄스총재는 “최근 몇 주간 자금시장 압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QT를 12월 1일 종료하기로 한 기존 일정은 ‘합리적’이라며 조기 종료 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그는 로리 로건 달라스 연은 총재가 제안한 ‘기준금리를 연방기금금리에서 레포금리(repo rate)로 바꾸자’는 제안에도 반대했다. 그는 “연준은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매번 정책금리로 연방기금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어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으로 일부 공식 통계가 지연되고 있지만 그것이 금리 인하 가능성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지난 100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지표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 셧다운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경제의 상태를 평가할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