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셧다운 장기화에 '깜깜이' 통계…난도 높아진 연준 정책경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9일, 오후 06:5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연일 역대 최장기간을 경신하는 가운데, 고용·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셧다운 해결을 위한 정치권 논의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논의도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핵심 경제지표 줄줄이 연기…연준 통화정책 근거 실종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LS)은 지난 7일 10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미 통계청(BLS)도 오는 13일 예정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현장에서 자료 수집 자체가 중단된 탓이다. 이들 두 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 파악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로, 정책 결정의 핵심이어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불확실성의 안개가 짙어졌다는 전망이다.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 노동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만약 지난 7일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을 경우 10월 미국의 고용자 수는 전월대비 6만명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업률도 4.5%로 8월(4.3%)보다 상승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 고용컨설팅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10월 기업 감원 규모를 15만 3074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달(5만 4064명)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10월 기준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규모다.

10월 CPI의 경우 시장은 전년 동월대비 3.1%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9월(3.0%)보다 오름폭이 확대한 수치여서 연준의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에 더 무게를 실어준다. 아울러 애초 일정대로라면 13일 10월 CPI에 이어, 다음날인 14일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 판매 등 굵직한 보조 경제지표도 잇따라 발표돼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정치권이 셧다운 합의에 이르러 연방정부가 정상화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통계 공백 기간을 채우기 위해선 사후조사 등 불완전한 통계 절차·방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자체 조사·발표하는 물가·고용 통계가 일정 부분 대안이 되고 있지만, 정부 공식 지표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셧다운 장기화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40억달러 영구 손실될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경고까지 나왔다. 예를 들어 연방 공무원 80만명은 월급을 받지 못해 소비를 대폭 줄였는데, 이처럼 셧다운 동안 멈춰버린 각종 경제활동은 정부 업무가 정상화하더라도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12월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FOMC 후 기자회견에서 “12월 인하 여부는 미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연준 위원들의 공식 석상 발언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정부가 곧바로 정상화되더라도 12월 FOMC까지 두 달분의 중요한 CPI·고용 데이터가 부족할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공개됐다면 10월 CPI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됐겠지만, 현재로선 발표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10월 고용보고서 및 CPI 발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이러한 핵심 지표 공백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 등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민주·공화 협상 평행선…트럼프는 ‘강경 입장’ 재확인

한편 미 민주당과 공화당은 8~9일 이틀간 이례적으로 주말 본회의를 열고 셧다운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주에도 협상을 지속할 전망이지만 셧다운 사태의 핵심 쟁점인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셧다운 관련 법안을 일괄 처리하는 대신 1년간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을 제안했으나, 공화당은 “보험사에 세금을 퍼줄 수 없다”며 즉각 거부했다.

공화당 내 온건파를 중심으로 절충안을 모색 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민주당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보조금을 보험사가 아닌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라”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로 끝내라며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외신들은 미 주식시장 역시 셧다운 협상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이번 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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